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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웰치 부부의 성공 어드바이스<78> 이번 금융위기 초래한 주범은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2호 30면

Q.무엇이 이번 금융위기를 초래했다고 보나요. (미국 매사추세츠 더들리에서 마크 르페이지)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처럼 모두가 가담자

A.금융위기를 초래한 범죄자 리스트는 정말 깁니다. 미국 연방의회, 자기 소유의 집을 가져야 한다고 열심히 주장했던 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저금리를 고수했던 죄. 탐욕스러운 대부업자들, 자격 미달의 주택 구입자들을 이용해 이윤을 추구했던 죄. 주택 구입자들, 분수에 맞지 않는 주택을 구입했던 죄.

이뿐이 아닙니다. 리스트는 계속됩니다. 백악관, 느슨한 금융 규제를 그대로 방치했던 죄. 금융회사 임직원들, 이윤을 올리는 데 급급해 자신들조차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한 금융 상품을 판매한 죄. 신용평가회사들, 잘못된 평가보고서를 제공한 죄. 공매도한 헤지펀드들, 주가 하락 쪽에 베팅함으로써 실제 주가 하락을 야기한 죄.

이건 마치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오리엔트 특급열차 살인사건’을 연상시킵니다. 한밤중에 벌어진 살인사건의 희생자는 한 명이었지만, 살인 가담자는 승객 대부분이었던 겁니다. 그리고 하나 더 있습니다. 소수의 사적인 거래가 중심이던 투자은행이 대중을 상대로 하는 회사로 전환됐던 점입니다. 이전까지 투자은행은 재산을 고위험 자산에 투자하려는 몇몇이 소유하고 운용해 왔습니다. 잘되면 큰 이득을 보지만, 잘 안 되더라도 개인적인 불이익을 입는 수준이었지요. 하지만 투자은행들이 앞다퉈 기업 공개를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기업 공개 행렬은 1985년 베어스턴스를 시작으로 해서 99년 골드먼삭스로 끝이 났죠. 지인 중 한 사람(‘잭’이라고 합시다)의 사례를 말씀드리죠. 86년 GE가 투자은행인 키더 피바디(Kidder Peabody)를 인수했을 때입니다.

기업 공개 케이스는 아니지만 인수자가 세계 최대 우량기업인 GE란 점에서 당시 기업 공개 못지않은 관심을 끌었습니다. 피바디 인수 계약이 이뤄진 2주 후 피바디의 투자 담당 직원들이 잭의 사무실에 나타났습니다. 그들은 자원 개발 사업 자금 조달에 필요하다며 4억 달러의 브리지 론을 제안했습니다. 기업공개 이전에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위험한 거래였지만 결국 성사됐습니다. GE의 엄청난 기업 규모 덕분에 비슷한 거래가 몇 차례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제조업체인 GE는 투자은행을 관리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해 94년 피바디를 팔아버렸습니다.

다수의 주주가 소유한 투자은행이 점점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함에 따라 덩달아 커진 것이 있습니다. 바로 보너스입니다. 무명의 금융 기술자들은 같은 시간, 동일한 강도로 일하면서도 매년 보너스를 500만 달러, 1000만 달러, 2000만 달러 식으로 올려 왔습니다. 마치 월스트리트에 라스베이거스를 옮겨온 형국이었습니다. 자신의 돈이 아니라 다른 이들의 돈을 이용해 게임을 한 것입니다. 게임을 계속하기 위해 그들은 전에 없던 신종 기법을 고안해 점점 더 큰 위험을 감수하기 시작했습니다. 거래가 실패하면 어떻게 됐을까. 그저 보너스가 줄어드는 거죠. 개인 재산에는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은 채 말입니다.

금융위기가 투자은행 때문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 역시 오리엔트 특급열차에 올라탄 또 다른 승객일 뿐입니다. 그저 잘잘못을 가리자는 차원에서 언급하는 것입니다. 모든 범죄자는 저지른 범죄만큼의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엉망이 돼 버린 월스트리트의 보상 시스템에 대해서는 정부가 개입해 바로잡아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정리하면서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이전에도 그랬듯이 이번에도 지혜로운 이들은 무너진 시스템을 복구할 것입니다.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 벤 버냉키 FRB 의장, 티머시 가이드너 뉴욕 연방은행 회장이 그들입니다. 그들은 이데올로기에 구애받지 않고, 빠르고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번 금융위기가 언제, 어떻게 끝날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시스템을 복구하고 개선할 것이며, 우리는 더 좋은 시절을 맞이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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