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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당 출신 "우리는 여당속 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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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5일 안양보육원 어린이들을 초청해 국회 잔디밭에서 게임을 하고 있다. [조용철 기자]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최근 '개혁당'그룹의 간판인 유시민 의원을 불러 중앙당직을 맡아달라고 제의했다.

그러나 柳의원은 바로 다음날 鄭의장을 찾아와 "안 되겠다"고 고사했다. 이유는 단 하나다. "당직을 맡으면 야당 노릇을 못할 것 같아서…"다.

개혁당 출신들이 갈수록 당내에서 '야당의 힘'을 과시하고 있다. 17대 국회에 입성할 개혁당 출신은 유시민.김원웅 의원 외에 이광철.유기홍.김태년.장경수.강기정.김재윤.김형주.안민석 당선자 등 10명.

개혁당 출신들은 이철우 당선자 등 10여명도 자신들과 생각이 같다고 주장한다. 당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중앙위원회에는 79명의 위원 중 20여명 정도가 개혁당 출신. '일이 되게는 할 수 없어도 안 되게는 할 수 있는' 선이다. 비록 숫자는 당권파에 못 미쳐도 결속력과 투지가 열세를 상쇄하고 있다.

실제 당권파의 체제정비 구상도 이들에 의해 번번이 제동이 걸리고 있다. 4일 열린 중앙위원회에서도 개혁당 그룹이 鄭의장 측이 만든 당직 인사안을 보류시켰다. 인사안엔 친(親)정동영 의장계가 다수 포함돼 있었다.

당의 노선과 관련한 문제도 당권파가 이끌려가는 인상이다. 소위 언론개혁 문제가 대표적이다. 당초 鄭의장 등 지도부는 원칙적으론 개혁이 필요하지만 서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이른바 '민생'이 우선과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개혁당 그룹에선 "언론개혁이야말로 최우선 과제 중 하나"라고 반발해 왔다. 결국 당 지도부에서도 "올해 안에 언론개혁을 한다"는 방침이 흘러나오고 있다.

개혁당은 지난 대선 때 민주당 내에서 노무현 후보를 교체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자 각계에 흩어져 있던 인사들이 '노무현 지킴이'성격으로 발족했던 정당이다.

盧대통령 직계그룹으로 인식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재야 출신인 김현미 당선자조차 "그 사람들은 나더러 보수적이라고 한다"고 할 만큼 진보.개혁 성향이 뚜렷하다.

盧대통령의 생각을 그대로 반영하기보다 오히려 이끌어 나가려는 경우도 많다는 지적이다.

"이젠 소수 마인드에서 여당 마인드로 전환하자"고 주문하는 鄭의장 측보다는 김근태 원내대표 등 재야파와 가깝다는 평이다.

강민석.신용호 기자<mskang@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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