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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당신 교수 맞아?"의 세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교수들의 대자보 철거에 맞선 학생들의 몸짓과 말투속에서 우리대학이 얼마나 황폐됐는지를 새삼 통감한다.남의 학교도 아닌 제대학의 스승인줄 번연히 알면서 반말과 야유를 던지고,몸싸움으로노교수를 밀어제쳤으며,심지어는 스승의 넥타이 를 잡아당기는 폭력을 사용했다.무엇을 위해 대학을 다니고,이들이 대학을 마치고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근본적 회의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불과 보름전 폭력시위로 대학은 쑥밭이 됐다.이를 보는 교수.교직원.학생 모두 참담한 심정에 빠졌을 것이다.폭력집회나 시위는 더이상 있어서는 안된다는 국민적 공감대도 확산됐다.교수들도 방관만 할 수 없다는 각오로 교무위원회를 열어 학교직인을 받지 않은 대자보를 교내에 붙이는 등 일부 학생들의 극단적 행동을 저지하겠다는 결의를 했다.곧바로 부총장 등 보직교수들이 대자보 철거에 나섰던 것이다.그러나 학생들은 『당신 뭐야?』『교수 맞아?』등 반말과 밀치기에 넥타이 를 잡는 등 사실상 폭력을 썼다.
『요즘 아이들은 으레 그렇다』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학생들의바로 이런 자세가 큰 폭력을 낳고,대학을 전장터로 삼는 과격행동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식의 낡은 스승관을 되뇌일 필요조차 없을 만 큼 세태는 변했다.그러나 학생과 스승의 관계는 세월이 아무리 바뀌고 세태가아무리 험악해져도 존경과 신뢰로 이뤄져야 함에는 변함이 없다.
인간관계의 기본 예절로 봐도 아버지세대를 넘는 백발의 노교수에게 반말을 지껄이고 넥타이를 잡아당 길 수 있는 노릇인가.
대학이 아니라 시정 한복판이라 해도 이런 일은 일어날 수 없다.설령 백보 양보해 대자보 철거 자체가 잘못된 일이라 해도 항의 방식이 이런 식이어서는 안될 것이다.폭력이 별게 아니다.
인간의 기본적 예절을 지키지 않고 학생이 스승을 바로 알지 못하면 이게 바로 사회의 기본틀을 흔드는 폭력이다.학생이 학생다워질 때에야 우리의 대학이 바로 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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