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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바꾸는 ‘한 방’ 이들이 없다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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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여의도엔 가을이 없다.”

의원 보좌관들끼리 하는 농담이다. 해마다 늦여름에 준비를 시작해 초겨울에 끝나는 국정감사 때문에 가을을 느낄 새가 없다는 뜻이다. 올해도 국감이 6일부터 열린다. ‘열전’을 앞두고 막판 준비가 한창인 보좌관들의 입에선 단내가 난다.

◆월화수목금금금=안효대 의원실 심형수 보좌관은 3일 새벽 집에 잠깐 들렀다. 일주일 만의 귀가지만 속옷만 챙겨 다시 국회로 와야 했다. 행정안전위를 지망하던 안 의원이 갑자기 기획재정위에 배치돼 심 보좌관이 ‘맨땅에 헤딩’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된 까닭이다. 정태근 의원 보좌진은 아예 의원실을 ‘J(정태근)여관’이라고 부른다. 이동빈 보좌관과 비서관들이 매일 밤샘을 하다 보니 간이침대부터 보양식품까지 없는 게 없다.

이처럼 보좌관들은 국감 철이면 ‘야근은 필수, 외박은 선택’인 삶을 산다. 의원회관 지하 1층 직원휴게실은 주말에도 만원이다. 벌써 3개월째 여기서 토막 잠을 자며 버티는 보좌진(김광림 의원실 김상현 비서관)도 있다.


◆피 말리는 자료 전쟁=홍정욱(외통위) 의원실 최진환 보좌관은 최근 보름간 신경전 끝에 겨우 통일부 자료 한 줄을 열람했다. 그는 “통일부는 사소한 서류도 기밀로 지정해 놓은 게 많다”며 “자료 하나 받으려면 최소 일주일은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최규식 의원실 박진형 보좌관은 “여당 하다 야당 하려니 부처에서 자료 구하기가 더 힘들다”고 호소했다.

국감은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감시활동이다. 요구 자료가 많은 탓도 있지만 정부도 순순히 자료를 내놓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보좌관들은 피가 마른다. 분석에 두어 달은 필요할 자료를 국감 열흘 전에 받으면 밤샘밖엔 도리가 없다. 특히 이번 국감은 18대 국회가 80여 일이나 늑장 개원을 하는 통에 자료 요구 자체가 늦었다.

◆국감의 숨은 주역=이처럼 고생스럽지만 보좌관들은 “정부 실책을 제대로 짚었을 때 느끼는 보람으로 버틴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보좌관들의 노력이 세상을 바꿔놓은 사례도 많다. 2002년 국감에서 엄호성 당시 의원은 “현대아산이 4000억원을 대출받아 북한으로 송금했다”고 밝혔다. 결국 특검으로 이어진 이날 폭로의 이면에는 현대 계열사의 금융거래 내역을 5개월간 추적한 문형욱(현 청와대 행정관) 보좌관의 집념이 있었다. 지난해 정무위 국감에서 ‘BBK 사건’과 관련, 저격수로 활약했던 서혜석 당시 의원의 뒷심은 정무위 전문가인 전우선(현 이성남 의원실) 보좌관이었다.

◆‘프로 보좌관 시대’=과거에는 보좌관 중에 정치 지망생이 많았다. 차명진·구상찬(이상 한나라당), 이광재·서갑원(이상 민주당) 의원,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보좌관 출신이다. 하지만 요즘은 ‘전문 보좌관’의 길을 고집하는 이들이 느는 추세다. 대표적인 예가 김형오 국회의장을 20년간 보좌한 고성학(현 의장정무수석) 보좌관이다. 의원회관 생활 14년차인 서인석(장광근 의원실) 보좌관은 후배들을 위해 『국정감사 실무 매뉴얼』이란 책을 내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당에 구애받지 않고 상임위에 따라 의원실을 옮기는 이가 많다. 1994년부터 문광위를 맡아온 이현진 보좌관은 17대 때는 민주당 손봉숙 의원을 보좌했지만 지금은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을 돕고 있다.

남궁욱·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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