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국의 對이라크 응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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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거주지역에 대한 이라크군 공격에 대해 그동안 관망자세를 취해오던 미국이 드디어 무력응징에 나섰다.
이번 사태는 이라크가 유엔의 석유금수(禁輸)해제에 대한 대비책으로 석유파이프라인이 지나는 북부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쿠르드애국동맹(PUK)세력을 제거하기 위한 군사작전을 벌임으로써 비롯됐다.이라크군은 이번 작전에서 북위 36도 이북 의 비행금지구역을 침범하지 않았다.또 작전에 참여한 이라크 지상군부대가 작전목표달성과 동시에 철수를 시작한 것도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배려에서였다.
미국은 이번 공격이 후세인 이라크정권의 자국민에 대한 인권존중과 쿠르드족 탄압금지를 내용으로 한 유엔결의 688호에 의거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그러나 더 큰 이유는 11월 대통령선거를 앞둔 정치상황이다.중동평화 달성.보스니아문 제 해결 등외교성과를 주요 치적으로 내세워온 빌 클린턴대통령으로선 이번 사태가 매우 미묘한 문제다.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공화당 봅도울 후보 진영은 이번 사태가 클린턴의 외교적 유약(柔弱)때문이라고 공격을 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공격이 본격적인 전쟁으로 이어지리라곤 보기 어렵다.이라크에 대한 경고적(警告的)성격의 무력사용에 그칠뿐 지상군투입 등 본격적인 군사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만약 미국이 지상군을 투입해 미군병사들이 불의(不意)의 피해를 볼 경우 클린턴대통령으로선 커다란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되기 때문이다. 차제(此際)에 바라고 싶은 것은 쿠르드족 문제에 대한 국제적 관심촉구다.이라크.이란.터키.시리아.러시아 등에 흩어져 살고 있는 인구 2천여만의 쿠르드족은 그동안 계속해서 국제분쟁의 초점이 돼 왔다.이번 사태를 계기로 유엔 등 국제 무대에서쿠르드족 문제가 본격적으로 토의돼 근본적 해결책을 모색해보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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