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서식지 온난화로 변화-미국국립생태분석硏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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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지구온난화로 인한 생태계 변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나비들이 「더워 못살겠다」며 서식지를 서늘한 북쪽으로 옮기고 있는 것으로확인됐다.미 국립생태분석연구소의 카밀 파미슨박사팀는 네이처 최신호(8월29일자)에서 북미 서부지역에 널리 분 포하는 호랑나비 일종(학명 유피드리아스 에디사)의 서식지가 멕시코에서 캐나다쪽으로 2백50㎞ 가량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이번연구는 지구온난화의 첫 생태학적 증거로 주목받고 있다.이에따라캘리포니아 남부와 멕시코에서는 이 들 나비의 멸종이 가속화하는반면 캘리포니아 북부와 캐나다에선 새로운 이주지(移住地)가 속속 발견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도 참조> 이같은 서식지의 변화는 이 나비의 먹이이자 서식처인 난쟁이송이 나무가 지구온난화로 일찍 말라죽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이 나비의 애벌레는 겨울잠에서 깨어난 초봄 약 10일이라는 짧은 기간중 난쟁이송이나무의 어리고 부드러운 새순을 충분히 먹어야만 번데기로 변할 수 있는데 캘리포니아 남부와저지대등에서는 어린 잎이 쉽사리 말라죽어 애벌레들이 아사(餓死)하고 만다는 것이다.
파미슨 박사는 이번 연구를 위해 과거 이 지역의 나비 서식자료와 자신이 직접 조사한 총1백31개 지점을 대상으로 나비의 서식지 변화를 추적했다.그 결과 멕시코등 북미 남부지역의 경우캐나다등 북미 서부지역보다 멸종속도가 4배가량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하지만 새 서식지와 멸종지는 전체적으로 비슷한 숫자를 보여 이 나비의 총 개체수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추정됐다.
파미슨박사는 『이 나비는 3~4대에 걸쳐 거의 일정한 지역에 머무르는등 이동속도가 매우 느리다』 며 『최소 수십년에 걸쳐 조금씩 이동한 결과가 이처럼 누적돼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수차례에 걸쳐 반복적으로 서식이 확인된 31개소중 13%는 지난 30년사이에 형성된 것으로 나타나 지구 온난화 경향이최근들어 가속화하고 있 음을 보여줬다.
한편 기후변화에 민감한 나비의 이같은 특성은 향후 지구온난화의 표지(標識)동물로 나비가 매우 유력하게 이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기후학자들에 따르면 금세기들어 지구의 평균 기온은 섭씨 0.5도가량 상승했는데 이같이 미세한 변화를 비교적단기간내에 보여주는 생물은 찾기 쉽지 않은 실정이기 때문이다.
파미슨박사는 그러나 『지구 전체의 기후변화를 보기 위해선 세계각지에서 이번과 유사한 연구가 더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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