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年컴퓨터탐험기>프로야구 해설가 하일성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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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야구경기 해설가 하일성(河日成.47)씨는 「말로 먹고 사는」사람이다.푸른 잔디 위에서 펼쳐지는 백구(白球)의 향연도 그의구수한 입담이 함께해야 재미가 더해진다.
감칠 맛 나는 해설로 웬만한 야구선수 못지않은 팬을 확보하고있다. 그가 최근 컴퓨터를 배우겠다고 나섰다.40대 후반의 나이에 야구만 생각해도 벅찬 그가 컴퓨터 껴안기에 나선 속사정은무엇일까.
『지난 93년 야구정보연구소를 열었습니다.각종 야구정보를 PC통신이나 음성정보로 서비스 하는 곳인데 모든 과정이 컴퓨터로운영됩니다.명색이 소장으로 있는 사람이 컴퓨터를 모른대서야 말이 되겠습니까.』 하일성야구정보연구소는 3년째 되면서 한국프로야구관련 정보의 요람으로 떠올랐다.선수 개인기록.경기결과등이 데이터베이스로 구축돼 알짜정보를 제공하기 때문.
직원이 14명이나 돼 河씨는 컴퓨터의 「컴」자조차 몰라도 운영에 문제가 없었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이왕 야구에 인생을건 만큼 좀 더 많은 것을 배우고 활용해야겠다』는 욕심이 생긴것. 河씨의 지금 수준은 초보단계.지난 6월부터 시작한 주경야독(晝耕夜讀)으로 도스가 무엇인지,윈도가 무엇인지 이제 겨우 개념을 파악했을 정도다.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직원들로부터 개인교습을 받지만 매일 개근하지는 못한다.시간을 내고 싶지만 중계방송하랴 사업하랴 몸이 열개라도 부족할 지경이다.
하지만 열의는 누구보다 강해 요즘 완전히 다른 세상을 접하고있단다. 『전에는 그저 직원들이 하라는 대로 마우스를 클릭했는데 지금은 원리를 조금 알게 되니 일에 재미가 붙어갑니다.』한마디로 「시작이 반」이라는 격언을 몸으로 체험한다는 표정이다.
河씨는 최근 「인터네트를 배워야 겠다」는 각오를 다졌다.애틀랜타올림픽 야구경기 해설차 현지에 가서 인터네트를 처음 접했을때 그는 입이 쩍 벌어졌다.
컴퓨터와 전화선만으로 태평양 건너편 한국의 프로야구 결과를 매일 보면서 『여기에서 야구선진국인 미국프로야구 정보를 얻을 수 있겠구나』라고 무릎을 친 것.
산넘어 산이라고 이제 도스를 익힌 그 앞에 저만치 인터네트가기다리고 있는 셈이다.하지만 그에게는 그 산이 그다지 높아보이지 않는다.이제 50고개를 바라보지만 『나라고 못할리 없다』는자신감이 구수한 입담속에 잔뜩 녹아 있다.
중년에 새롭게 시작한 「컴퓨터 배우기」로 그의 야구인생이 얼마나 더 풍요해질지 관심거리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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