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MBA’는 기업 재교육 기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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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국내 전일제 MBA의 주요 학생 공급원은 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 대상 18개 MBA는 평균 등록학생의 37.3%가 ‘기업 파견 장학생’이었다. 한양대 SKT MBA는 SK텔레콤으로부터 학생 20명을 위탁받아 개설됐고 KAIST IMBA도 2007학년도 학생 전원이 기업 장학생이다.

직장인이 많은 것은 3000만~4000만원에 이르는 등록금을 자비로 부담하고 오려는 학생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 장학생은 다니던 직장에서 MBA 학비를 지원해주는 대신 졸업 후 회사로 돌아갈 사람이다. 자비를 들여 경력 전환이나 이직을 목표로 MBA에 오는 학생들보다 학비·취업 걱정이 덜하다. 서울의 한 MBA 대학원장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 전일제는 학생 모집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야간 MBA 대신 전일제를 택할 만큼 의지가 강한 학생들은 이미 해외 MBA로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기업 장학생 비율이 낮은 이화여대 글로벌MBA나 서강대 MBA에는 직장 경력이 없는 학생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들 중엔 학부 졸업 후 취업을 준비하는 동안 MBA에 진학한 경우가 많았다. 학교 측도 등록금 수입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기업 장학생을 선호한다. 한 MBA 대학원 교수는 “졸업 후 복귀할 직장이 있으니 학교로선 취업률 떨어뜨릴 위험이 없어 반가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학원들 간에는 기업 장학생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김태현 연세대 MBA 대학원장은 지난 8월부터 국내 주요 대기업·은행·증권사 등을 돌며 MBA 홍보에 발벗고 나섰다. 김 원장은 “기업이 원하는 바를 먼저 파악해 학생 모집에 참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취지를 소개했다.

내년부터 BK21 평가에 취업률 지표가 포함돼 기업 장학생 모집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평가를 주관하는 한국학술진흥재단은 기업 파견 장학생을 제외한 취업률 계산 방식을 제시했으나 일부 대학이 이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창 학진 BK21 평가 전문위원은 “취업률에서는 제외하지 않더라도 기업 장학생 비율을 파악해 참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2008년 중앙일보 대학평가팀>

▶종합평가=강홍준 기자(팀장), 김경진·이에스더 기자
▶생명공학(공학·자연계열)=선승혜 기자
▶ 생명공학(농학계열)=최익재 기자
▶경영전문대학원(MBA)=박수련 기자
대표 e-메일 주소 : univ@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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