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고차 주행거리 눈속임 많아-일부판매상 손쉽게 조작 폭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지난 6월 인천의 N중고자동차매매상에서 인천30마2283 무쏘승용차를 구입한 정기훈(鄭基勳.30.상업.인천시서구가정동)씨는 최근 엔진소음을 줄이기 위해 이 차량을 서울 구로동 쌍용자동차정비사업소에 입고시키는 과정에서 『올 1월에 이미 주행거리8만㎞를 기록한 「헌 차」』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鄭씨는이 차량이 「94년5월식(式)」모델인데다 주행거리계에 나타난 주행거리도 2만7천㎞에 불과해 현금1천2백80여만원을 지불하고차를 구입했다.
다음달 鄭씨는 「운행거리 3만㎞미만 차에 대한 무상수리」를 받기 위해 정비사업소에 차를 맡겼다가 『무상수리 대상이 아닌 헌차』라는 얘기를 듣고 판매업자들이 주행거리계를 조작해 실제가격보다 1백50여만원을 더 받고 판매한 사실을 뒤 늦게 알게된것이다.鄭씨는 판매업자를 사기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강원도에서 사업을 하는 이명기(李明起.34.강원도원주시명륜동)씨도 올초 중고차시장에서 주행거리계에 8만7천㎞라고 표시된 90년식 서울2어7706 쏘나타승용차를 1백20여만원을 주고 구입했다.
그뒤 李씨는 차량정비를 위해 동네 카센터에 들렀다가 직원으로부터 『두배는 더 뛴 낡은 차』라는 말을 듣고 차체점검을 하다운전석 옆문에 「다음 엔진오일교환시기 16만8천㎞」(보통 엔진오일은 5천㎞마다 교환한다)라고 쓰인 스티커를 발견하고 가슴을치지 않을 수 없었다.李씨는 매매상에 항의해 뒤늦게 30만원을돌려받았다.이처럼 중고차매매상들이 주행거리계를 조작,낡은차를 실제가격보다 비싼 가격으로 팔아넘기는 사례가 빈발,소비자들이 골탕을 먹고 있다.
수도권지역 각종 소비자단체와 자동차정비업소에 따르면 주행거리조작과 관련한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월평균 7~8명에 이르고 있다.
고장차량등을 본사 정비공장에 주기적으로 정비할 경우 차량정비연혁을 떼어보면 정비시점마다의 주행거리를 알 수 있어 조작여부를 비교적 쉽게 가릴 수 있다.
하지만 일반 카센터등에서 수리하는 일반승용차는 주행거리를 점검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는 고발된 건수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정비업계에 따르면 벤츠등 외제차는 80년대 중반부터 주행거리계를 컴퓨 터칩을 이용한 전자장치로 바꾸었으나 국산차의 경우 톱니바퀴를 이용한 아날로그방식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 주행거리 조작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외제차의 전자식 주행거리계는 일종의 「블랙박스」여서 아날로그방식처럼 「미터방」을 열고 조작하는 일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종학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