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1만Km를가다>4.물 퍼내며 라싸강 건너는 가죽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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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티베트는 설산(雪山)으로부터 녹아내린 물이 골짜기를 타고 흘러내려 마을마다 강이 형성돼 있다.강이 많기 때문에 강을 건너기 위한 운송수단이 발달하게 마련이다.
라싸(拉薩)남부지역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라싸강의 강폭은 최고1백에 이를만큼 큰 강이다.석양이 비치는 라싸강에 8명쯤 태운2척의 「주크」가 아슬아슬하게 강을 건너고 있었다.배의 크기에비해 사람이 좀 많이 탄듯한 것이 위태위태해 보였다.물살을 헤치며 유유히 건너가는 주크는 티베트에서만 볼수있는 이색적인 모습이다. 주크는 우리의 나룻배같은 역할을 하는 티베트의 전통 가죽배.야크나 양가죽을 꿰매 만든 것으로 가볍기 때문에 등에 짊어진 채로 옮길수도 있다.
야크 가죽으로 만든 주크는 길이 3.폭 150㎝의 비교적 큰배와,길이 2.폭 1 크기의 작은배 2종류가 있다.큰배는 대개야크 가죽 8장,작은 배는 5장을 이어 만든다.
양가죽 주크는 내장을 빼낸 통 양가죽에 바람을 넣어 부풀게한뒤 가죽을 연결,그 위에 뗏목처럼 나무를 얹은 것이다.대개 양가죽 16장을 이은 길이 230㎝.폭 150㎝ 크기의 배가 일반적이다.
이들 주크는 3백㎏이 넘는 야크도 거뜬히 실어나를만큼 수송력이 뛰어나다.강을 건너는 간이 배이기 때문에 배를 나아가게하는노는 한쪽 방향에만 매단 경우가 일반적이다.
야크 가죽을 꿰매 만든 주크는 바닥이 촘촘하지 않아 물이 바닥으로 스며든다.따라서 운행중 물을 퍼내면서 도강하기 때문에 처음 타보는 사람은 불안하게 마련이다.하지만 그렇게 위험한 것은 아니다.
티베트에서 인구가 밀집해 살고있는 라싸강과 르카쩌(日喀則)지구에서 산난(山南)지구로 흐르는 얄룽창포강에서 주크를 흔히 볼수 있다.
티베트에서 주크가 운송수단으로 큰 역할을 하는 것은 다리를 놓더라도 여름 우기가 되면 다리가 쉽게 유실되는 것은 물론 도로도 두절되기 일쑤기 때문이다.게다가 주크는 손쉽게 만들수 있어 티베트 서민들의 발이 되고 있다.
고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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