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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각은…] ‘겸따마다’로 한·중 감정 악화 막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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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한류가 최고조로 달했을 때 일본에서는 ‘혐한류’가 기승을 부렸다. 2005년에 발간된 만화 ‘혐한류’ 시리즈는 80만 부가 팔리며 단박에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정작 이 책의 내용은 한류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안중근에 대한 폄하, 한일합방의 정당성, 한글과 한국 문화 비하, 종군위안부 문제, 독도의 일본 영토 주장 등을 담은 반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최근 중국 내 반한 정서가 위험 수위에 이른 것도 일본의 전철을 밟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하지만 중국인의 반한 감정에 대한 피상적인 고찰과 일시적 미봉책으로는 상처의 골은 더 깊어지게 할 뿐이다. 우리는 지난 10년을 돌이켜 보면서 수천 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중국인에 대해 으스대며 깔본 기간이 아니었는지 반성해야 한다. 중국 공항에 들어서면서부터 흥청망청 돈을 쓰며 중국인을 업신여기고 우쭐해 하지 않았는지 반문해 보자. 그 사이에 알게 모르게 반한 감정이 쌓이게 된 것이다. 비록 1억 명의 시청자가 ‘대장금’을 보며 젊은이들이 한국 가요와 인터넷 게임에 빠져 열광했지만, 그것은 일시적 현상으로 중국 문화가 채워주지 못한 것을 한류가 일시적으로 채워주고 있었던 것이다.

1992년 LA 흑인 폭동 때, 한인들은 집중적으로 테러를 당해 큰 피해를 보았다. 이민의 나라 미국에서 흑인은 모든 이민자 그룹들로부터 차별을 받았지만 한국인들은 특히 티 내게 차별했다. 그 결과 한국인이 자리 잡을 때쯤 일어난 흑인 폭동에서 한인은 ‘대접한 대로 대접을 받은’ 셈이다.

미국과 일본에서의 교훈을 거울 삼아 중국 내 ‘혐한’ 감정을 속히 누그러뜨리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양국 정부와 언론, 민간단체에서 해야 할 역할도 있고, 문화교류 차원에서 해야 할 일도 있다. 중국 내 한인회를 중심으로 펼치는 ‘겸따마다’(겸손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가기)운동, 한국 내 중국인 교회의 ‘3화 운동’은 양국 국민이 더 이상 상호 감정이 격해지지 않도록 하는 데 큰 효과가 있다. 인민일보에서도 ‘겸따마다’ 운동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정치 지도자들도 양국 간 친선의 제스처를 더 강력하게 표현할 필요가 있다. 언론에서는 양국 간 우의를 해치는 사안에 대해 사전에 차단해 더 이상 확산하지 않도록 하고, 무분별하게 선동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나아가 일방적이 아니라 상호 교류에 입각한 쌍방향적인 문화교류를 위해 정부는 적극적인 대처를 해야 한다. 중국의 경극이나 전통 공연을 한국의 일반인들이 접하고, 한국의 전통문화와 한글이나 역사를 중국인이 이해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고 장·단기적인 대책을 수립해 차근차근 실천해야 한다.

양국 간의 물적·인적 교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지만 아직도 양국 국민은 서로를 잘 모르고 있어서 오해하기도 한다. 한류에 이어 따뜻한 마음이 담긴 쌍방향적인 ‘신한류’로 양국 국민이 가슴으로 다가가고 서로를 배려하는 가운데 ‘혐한류’는 사라질 것이다.

신승일 한류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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