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 재건축 단지들에 지어지는 임대주택에 들어가기가 ‘바늘 귀’다. 재건축 임대는 무주택 세대주를 대상으로 서울 거주 기간에 따라 당첨자를 가리는데 30년 넘게 살아야 당첨을 기대해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H공사가 8월 분양한 재건축 임대 59가구의 당첨자를 지난달 2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주택형별로 당첨자 최저 거주 기간은 34년이었다. 고척동 고척마젤란 84㎡와 신월동 수명산롯데캐슬 59㎡의 당첨자들이 각각 1974년 5월 30일과 같은 해 8월 17일 이전 거주자였다. 양평동 양평태승패밀리 53~84㎡의 경우 68년 10월 20일 이전부터의 거주자들이 당첨됐다. 거주 기간이 40년인 것이다.
이처럼 당첨 문턱이 높은 것은 재건축 임대의 입지여건이 좋은 데 비해 전셋값은 주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재건축 임대는 이미 기반시설을 갖추고 있는 도심에 지어져 교통·교육 등의 여건이 괜찮다.
전세 조건은 장기전세주택과 같다. 20년까지 살 수 있고 전셋값은 주변 시세의 80% 이하다. 재건축 임대는 재건축단지 내 일반 아파트와 같은 마감재 수준으로 지어져 품질도 괜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 재건축 규제를 위해 도입된 재건축 임대는 올 들어 본격 공급돼 서울에서 연말까지 15개 단지 865가구가 더 분양될 예정이다. 반포동 반포주공 2, 3단지와 신사동(강남구) 삼지 재건축단지 등 강남권에서도 처음으로 물량이 나오기 시작한다.
SH공사 문영수 팀장은 “세대주 나이, 부양 가족 수 등 당첨 기준을 다양하게 하기 위해 서울시와 협의 중”이라며 “다음달부터 분양되는 재건축 임대부터 달라지는 당첨기준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정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