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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기 맞아 초등학교 반장선출 왜곡된 모습 난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현행 초등학교가 시행하는 반장제도와 그 선거과정이 비교육적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학급운영에는 구심점이 필요하며 반장선출과정에서 민주시민으로서의 소양을 배울 수 있다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왜곡된 모습이 난무하고 있어 문제라는 것.
학부모와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떠도는 반장후보들의 일그러진 행태는 ▶통닭.연필.떡볶이등을 제공하는 뇌물공여형 ▶으슥한 곳으로 끌고가 1대1로 지지를 강요하는 공갈협박형 ▶유력한 경쟁상대에게 감언이설로 출마포기를 권유하는 정 치모사꾼형 ▶학부모가 교사에게 자기 아이에게 심부름을 많이 시켜주기를 부탁,자연스럽게 다른 아이들 눈에 띄게하는 수렴청정형등.자체 선거관리위원회라도 만들어야겠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지경이라는 것. 이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반드시 내 아이는 반장이나 부반장을 시켜야 직성이 풀리는 일부 학부모의 강박관념,아이들의 그릇된 권위의식,반장만 편애한다는 인상을 아이들에게 주는 일선교사의 부주의가 깔려 있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특히 서울시내한 초등학교의 경우 지난 1학기때 반장선거를 하지않으려고 했지만 학부모들의 성화에 못이겨 결국 뒤늦게 투표를 실시했다는 사실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초등학교 5학년 딸을 둔 주부 김경숙(36.서울송파구잠실동)씨는 『벌써 아 이 2학기 반장선거 문제로 신경전을 치르고 있다』고 하소연.선거과정과 임원 학부모로서 해야할 부수적인 일을 떠올리면 반장이 달갑지 않지만 아이가학교에서 기를 펼 수 있다는데 생각이 미치면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는 것.아이 친구중에는 반장이 되기위해 여름방학 내내 반친구들에게 엽서를 보낸 이들도 있어 아이를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난감하기만 하단다.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둔 주부 김혜은(35.서울서초구잠원동)씨도 현행 반장제도에 불만이 있기는 마찬가지.아이의 리 더십을 길러주는 것보다 그로 인해 다른 많은 아이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현실에서 반장제도가 꼭 필요한지 의문이라는 것.오히려 반장제도가 임원 부모들을 동원,학교운영을손쉽게 하려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고까지 평가절하.
이에 대해 서울S초등학교 김모 교장은 『반장선거는 초등학교때부터 스스로 대표를 뽑고 서로 협동하면서 생활한다는 민주주의 과정을 실습시키는데 취지가 있으므로 제도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전제,『다만 그 과정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양상 이 나타나고학생과 부모들이 반장을 무슨 감투인양 인식하는건 고쳐져야할 부분』이라고 지적.
한편 홍익대 이재창(李載昌.교육학과)교수는 『물론 전부는 아니겠지만 아이들이 반장선거때가 되면 잘못된 어른들 흉내를 내고학부모들이 개입하는 풍토에서는 민주주의 학습이라는 본래의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따라서 전 학급의 학생들이하루씩 또는 1주일씩 돌아가면서 경험해보는게 바람직하다는 대안을 제시.
서울C초등학교 4학년 최한경군은 『반장은 별로 하는 일도 없어요.선생님 심부름 하고 쉬는 시간에 떠드는 아이들 이름 적는게 모두예요.사실 저도 선생님 심부름 하고 싶은데 안시켜요.돌아가면서 했으면 좋겠어요.애들 대부분 그런 생각을 해요』라고 말했다.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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