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盧씨 12.12 5.18사건 선고공판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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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두환(全斗煥)피고인은 법정에 들어서면서 애써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재판장에게 가볍게 목례했으나 방청석은 외면했다.지난5일 구형공판때 긴팔 수의(囚衣)를 입고 왔던 때와는 달리 흰색 라운드 티를 속에 받쳐입고 반팔 수의를 입어 건강이 좋아진것 처럼 보였다.
노태우(盧泰愚)피고인은 재판부와 방청석에 가볍게 목례한 뒤 피고인 앞자리에 서면서 옆에 서있던 전두환피고인과 눈인사를 나누며 손을 가볍게 잡았다.
…판결요지가 낭독되는 동안 전두환피고인은 가끔씩 고개를 숙이거나 목을 왼쪽으로 누이며 체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대부분 꼿꼿하게 몸을 세우고 정면을 응시.그러나 5.18과 관련해 재판장이 계엄군의 활동을 자위권을 넘어선 무차 별사격으로 규정하는 등 혐의가 모두 인정되자 눈을 감고 몸을 뒤로 젖히며입을 내민채 굳게 다물어 불만스런 표정을 지었다.반면 노태우피고인은 시종일관 고개를 약간 아래로 숙인 상태에서 시선을 아래로 향한 모습을 보여 全피고인과 대조 적.
…全피고인은 재판장이 형량을 선고하기 직전 양형이유를 설명하며 『죄질이 크게 나빠 평화적 정권교체나 백담사에서 은둔하게 된 사정을 전혀 참작할 수 없다』고 밝히자 사형선고를 예감한듯눈을 감고 몸을 의자 깊숙이 젖히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김영일(金榮一)재판장은 피고인들이 입정하는 모습을 세군데에서 촬영할 수 있도록 허가했으나 피고인들이 모두 입정한후 재판장이 촬영중지를 명했으나 일부 방송의 카메라기자가 사진촬영을 계속하자 감치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날 1차 공판때부터 불구속상태에 있었던 피고인들중 유일하게 법정구속된 차규헌(車圭憲)피고인은 크게 놀란 듯 『오늘 구속되면 누구에게 통지해야 되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떨리는 목소리로 들릴듯 말듯 『부인에게 연락해달라』고 대답 .
…검찰측에서는 선고공판에는 출석하지 않는 관례를 깨고 이날 법정에는 12.12및 5.18사건 주임검사인 김상희(金相喜)부장검사,盧씨 비자금사건 주임검사인 문영호(文永晧)대검 중수부1과장,全씨 비자금사건 주임검사인 김성호(金成浩)서 울지검 특수2부장등 공판관여 검사 9명이 출석.반면 변호인단은 주영복(周永福).이희성(李熺性)피고인의 변호인인 이진강.서익원변호사등과全.盧씨의 국선변호인을 포함해 6명만 참석해 변호인단석 일부가기자들에게 할당되기도.
법정에는 신군부측에서 이원홍(李元洪)전문공부장관,이기백(李基百)전국방장관,김진영(金振永).고명승(高明昇).이필섭(李弼燮).최웅(崔雄).최석립(崔石立)씨등이 모습을 보였고 피해자인 김진기(金晋基).정웅(鄭雄).김기석.윤흥정(尹興禎) 장군등이 나란히 방청.
…박영훈비서관과 함께 방청석 뒷자리에 앉은 노태우피고인의 장남 재헌(載憲)씨는『매일 아버지를 면회해왔다』며 『아버지가 오늘 선고결과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으며 별다른 감정표현을 하지않았다』고 설명.
…선고결과가 나온 직후 5.18학살자 재판회부를 위한 광주.
전남공동대책위원회(위원장 姜信錫목사)회원 60여명은 법원기자실을 찾아 『재판결과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구체적 범죄사실을 다시 찾아 항고하고 국 민적 심판을다시 내리기 위한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선언.
…서울 서초동 서울지법 앞에는 공판 사흘전인 23일부터 방청권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24일에는 이미 1백30여명이줄을 서는등 장사진을 이루면서 암표값이 1백만원까지 급등.
…재판부가 황영시(黃永時).정호용(鄭鎬溶)두명의 피고인의 내란목적살인죄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과 관련,서울지검 최환(崔桓)검사장은『이들이 자위권보유를 천명한 「대책회의」에 불참한 것만 가지고 이 부분을 무죄로 판단한 것은 비록 법리적 판단은 아니지만 사실확인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는 판결』이라며 『무죄부분에 대해서는 당연히 항소할 계획』이라고 설명.
…방송사들은 이날 선고공판 진행과정을 릴레이식으로 생중계하는등 열띤 속보경쟁을 벌였으나 일부 추측보도가 선고내용과 다르게나타나 한때 혼란.방송사들은 정확한 선고 형량이 알려지기 전인오전 내내 내란목적살인혐의에 대해 피고인 전원 무죄라는 자막과함께 이에 대한 해설을 반복적으로 방송한 것.그러나 오후에는 특별한 사과멘트도 없이 『황영시.정호용피고인만 이 부분에 대해무죄고 전두환.이희성.주영복 피고인 등에 대해서는 재판부가 유죄를 인정했다』고 보도.
…대우 김우중(金宇中).동아 최원석(崔元碩).진로 장진호(張震浩).한보 정태수(鄭泰守)회장등 4명에게 예상과 달리 실형이선고되자 피고인들은 물론 방청석에 나온 그룹 임원들은 심한 충격을 받은듯 한동안 망연자실한 표정.김영일 재판 장은 주문낭독에 앞서 『피고인과 회사의 활동에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돈을 받은 대통령이 구속되는 마당에 돈을 준 기업인이 면죄부를 받는다면 거시적으로 해당기업에도 좋지않을 것』이라며 중형 선고를 예고하자 방청석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재판장이 기업인들에 대한 양형이유 설명을 끝내고 주문을 낭독하기 직전 방청석에 앉아 있던 30대 남자가 오른손을 번쩍 들고 『재판장님,할 말이 있습니다』고 소리쳐 재판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자신을 대우정밀 해고자라고 소개한 이 30대 남자는『金회장은 대통령에게 수백억원을 갖다주면서도 대우정밀 해고자의 복직합의서는 수년째 이행치 않고 있다』고 소리치다 법원정리에 의해 퇴장당했다.
신동재.김상우.김창우.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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