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委 잇단 職權仲裁 의미와 파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언론중재위원회가 지난 20일 중앙일보의 판촉활동과 관련한 조선일보 기사에 대해 직권중재결정을 내린데 이어 23일 동아일보와 한국일보사에 대해서도 중앙일보의 반론보도문을 게재하라는 직권중재결정을 내려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언론중재위의 직권중재는 7월1일부터 개정 시행된 「정기간행물의 등록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새로 도입된 것으로 당사자들 사이에 중재가 성립되지 않을 경우 언론중재위원회 중재부가 직권으로 반론보도문 게재를 명령하는 제도다.그러므로 중앙일보가 ㈜바른언론신문사를 상대로 서울지법에 정정보도 청구 신청을 내 재판부가 8월9일 반론문을 싣도록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강제이행금으로 하루 3백만원씩 중앙일보에 지급토록 간접강제한 결정과는 다르다고 할수 있다.
직권중재제도에 대해 양삼승(梁三承)대전고법 부장판사는 『기존의 중재제도는 피신청인인 언론사가 성의를 보이지 않고 조정에 응하지 않는 경우 시간과 노력만 낭비할뿐 권리구제에 별 도움이되지 못했기 때문에 새로 도입된 중재제도』라고 설명했다.그는 또 직권중재가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이뤄져 언론사들이 이에 승복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이 제도는 한국형 언론피해 구제제도의 꽃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런 점에서 「중앙일보 폭력배에 수백만원 지급 상례」라는 제목의 조선일보 기사나 「막걸리 건달 동원 타지 훼손 일쑤」라는제목의 한국일보 기사,「중앙일보 타지 빼돌리기」라는 제목의 동아일보 기사가 모두 중재위로부터 직권중재결정을 받은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고 할수 있다.즉 판매지국 총무 李모씨가 신문판매시장의 일반적인 행태에 관해 언급한 말을 마치 중앙일보만의 행위인 것처럼 일방적으로 보도하면서 당사자인 중앙일보에 이를 확인하는 절차를 밟지 않은 것은 잘못 이었다는 것이다.
李씨는 이 기사들에 대해 『기사 내용이 7월20일 기자들을 만나 한 얘기와 너무 달라 깜짝 놀랐다』며 기사가 상당 부분 왜곡됐음을 지적했지만 어느 신문사도 기사 작성과정에서 중앙일보측에 사실 여부에 대한 확인을 거치지 않았다.특히 이 경우 정부기관등의 보도자료나 발표가 아닌 독자적인 취재에 의해 이뤄졌기 때문에 당사자의 반박문을 싣는데 그칠게 아니라 먼저 반론의기회를 줘야 한다는게 지금까지 법원의 판례다.
그러나 직권중재 결정은 이의신청 제도를 둬 결정에 불복할 수있는 길을 열어놓고 있다.직권중재 결정을 받은 피신청인은 불복할 경우 송달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중재부에 이의신청을 할수 있고 이 경우엔 직권중재 결정이 강제력을 잃게 된다.
삼성생명이 제소한「삼성생명 부당약관 물의」라는 조선일보 기사에 대해 반론문을 게재하라는 직권중재 결정이 내려졌지만 조선일보가 반론문을 싣지 않은채 이의신청을 내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그러나 직권중재 결정은 현직 부장판사가 중재부 장이고 교수.변호사등 각계 저명인사들이 중재위원으로 구성돼 있는 중재부에서 쌍방으로부터 제출받은 상당한 자료를 바탕으로 확실한 경우에만 내려지기 때문에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져 결정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 론이다.
이때문에 법 개정과정에서 직권중재 결정에 강제력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또 단순히 시간을 끌기 위한 이의신청의 남발을 막기 위해 「이의신청후 재판에서 중재결정보다 유리한 결과를 얻지 못할 경우 상대방의 소송비용및 중재절차 에 소요된 비용의 부담을 명하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됐을 정도로 법조계에서는 직권중재의 신뢰성이 절대적이다.
직권중재 결정은 기사를 낸 언론사의 잘못이 명백한 경우 실질적인 강제조치를 법률상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도입됐기 때문에과거 중재위의 조정보다 훨씬 강력한 효과를 갖는다.또 언론사가직권중재에 불응하면 신청인쪽에서 법원에 정정보 도신청을 낼 수있다.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반론문 게재 결정과 함께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바른언론의 사례처럼 하루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강제이행금을 물리는게 통례다.
따라서 반론권이 강화된 개정 정간법은 취재 대상의 반론이나 확인을 거치지 않고 기사를 작성해 왔던 언론기관의 취재.보도관행에 많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정철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