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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E] 독특한 축제·건물로 경쟁력 키우는 도시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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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지역의 문화자원인 '탈춤'으로 국내외 관광객들을 유인하고 있다. 사진은 하회탈춤 장면. [중앙포토]

 

가을 축제가 한창이다. 26일 개막한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5일까지)을 비롯해 부산국제영화제(2~10일), 서울디자인올림픽(10월 10~30일) 등이 잇따라 열린다. 모두 도시마케팅(City Marketing)의 일환으로 마련된 지역축제다. 지역을 홍보해 국내외 관광객을 유인하는 도시마케팅이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도시마케팅의 중요성과 국내외 사례, 발전방향 등을 짚어본다.

◆도시마케팅이란=도시의 유형·무형 자산을 기반으로 ‘볼거리’ ‘재밋거리’ ‘돈 될 거리’를 만들고 도시를 매력적인 ‘상품’으로 가꿔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을 말한다. 관광객들이 늘고, 인구가 모여들며, 기업을 유치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전문가들은 1970년대 미국 뉴욕의 ‘아이 러브 뉴욕(I love NY)’ 캠페인을 도시마케팅의 첫 사례로 본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최막중 교수는 “지방정부시대에는 시장이 최고경영자(CEO)가 돼 재원을 마련해야 하므로 도시마케팅이 필수요소”라며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1980년대 들어 전 세계에서 도시마케팅이 트렌드가 됐다”고 말했다.

특히 국경 간 장벽이 사라진 지구촌시대에는 도시 간 경쟁이 불붙을 수밖에 없다. 전영옥 도시환경연구센터 연구실장은 “도시 발전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라며 “2014년 겨울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당시 대통령이 소치까지 와서 강력한 지원 운동을 펼친 것이 한 사례”라고 말했다.

◆도시마케팅 성공 사례=구겐하임 미술관이 있는 스페인 빌바오, 아라비아 돛단배 모양의 버즈 알 아랍 호텔이 있는 두바이, 라인강의 로렐라이 언덕으로 유명한 독일…. 도시마케팅 성공사례다. 특히 신흥도시에선 초고층 건축물로 도시마케팅을 하는 경우가 많다. 두바이가 대표적이다.

빌바오는 인구가 계속적으로 줄어들자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해 도시회생정책을 펼쳤다. 미술관이 도시의 랜드마크(상징건물)로 떠오르면서 1997년 문을 연 지 1년 만에 130만 명이 방문하는 관광도시가 됐다.

우리나라에선 부산국제영화제, 통영 윤이상국제음악제가 세계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또 ‘나르다’라는 패션브랜드를 만든 전남 함평나비축제, 고추장으로 유명한 전남 순창의 장유마을 등도 호응이 높았다. 제주 서귀포나 강원도 태백은 스포츠 전지훈련장으로 도시마케팅에 성공한 경우다.

◆도시마케팅 발전방향=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오동훈 교수는 “우리나라는 도시마케팅에선 ‘초보’ 수준”이라며 “역사자원을 ‘아이콘’으로 살리지 못하고 축제 중심의 ‘반짝’ 마케팅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다.

전영옥 실장은 “광고 CF가 좋아도 제품 질이 나쁘면 다시 사지 않듯 도시도 마찬가지”라며 “도시마케팅에도 ‘콘텐트’를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나라 도시마케팅은 ‘비용 대비 효율’이 낮은 편이다. 일본 도요타시는 도요타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코로모정’이란 지역 이름을 도요타시로 바꿨다. 기업의 후광효과로 도시가 발전할 수 있으므로 지자체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최막중 교수는 “도시마케팅 역사가 짧은 한국에선 다른 지역을 ‘복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그 지역에 가야만 볼 수 있는 역사문화자원에 ‘스토리텔링’을 녹여내야 성공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영화 ‘러브레터’의 촬영지인 일본 오타루가 해산물의 집산지였던 부둣가 창고를 그대로 남겨뒀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세계 최대 자동차경주대회 포뮬러원(F1) 중 모나코 경기가 유명한 것은 전통이 살아 숨쉬는 구시가지에서 열리기 때문”이라며 “역사자원을 활용한 도시마케팅이 이뤄져야 세계인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길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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