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로기쁨찾자>하루벌이도 포기 수해아픔 함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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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중앙일보와 KBS가 공동으로 펼치는 전국자원봉사 대축제에 22일 참가신청을 낸 「서울YWCA 근로여성회관 도배사 모임」.
하루하루 힘겨운 생활전선을 뛰고있는 이 모임의 회원 40명과훈련생 20명등 60명은 21일 수해복구의 사각지대로 남아있는철원지역을 찾아 20가구의 도배를 해줬다.수은주가 30도를 넘어선 이날 오후2시 민통선안의 강원도철원군동송 읍이길리에 있는李정순씨 집.도배사 모임의 池순옥(여.53)회장등 4명이 지난달 폭우로 물에 잠겨 곰팡이 냄새가 진동하는 안방 벽에 벽지를익숙한 손놀림으로 바르고 있었다.池씨등의 이마.등줄기에선 계속구슬땀이 흐르고 있었다.
물에 젖었던 벽지가 뜯어져 흉칙한 몰골을 드러냈던 방은 池씨등 2명과 마당에서 풀을 바르는 훈련생 黃수연씨의 솜씨로 4시간만에 환한 모습으로 변했다.李씨 가족들은 도배가 끝나자 『집이 궁전같아졌다』며 좋아했다.
이날 오전7시 서울에서 대절버스로 철원을 찾은 이들은 LG화학이 기증한 최고급 실크 도배지 2을 68가구에 나눠준뒤 3~4명이 한조가 돼 벽이 어느 정도 마른 집을 새단장해주고 오후11시30분 귀경했다.
池씨는 『회원들이 피곤해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모두 잠에 곯아떨어졌다』며 『힘은 들었지만 어려운 이웃을 도와줬다는 점에서마음은 뿌듯했다』고 말했다.
이날 봉사는 수해가 난 직후인 지난달 7일 이 모임 회원들이이불.옷.신발등 구호물품과 성금 1백70만원을 모아 이 마을에전달하러 갔다가 도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다시 찾아와 이뤄졌다. 李씨는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자원봉사자가 없어 복구에힘이 들었는데 도배사 모임 회원들이 도움을 줘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회원 3백43명으로 양로원 도배등 봉사활동을 펴온 이들은 전국자원봉사 대축제가 열리는 기간중 이 마을의 노인가정등에 또한차례 봉사계획을 갖고있다.활동에 함께 참여했던 서울YWCA 근로여성회관의 육순연(陸淳姸)관장은 『일용근로자로 넉넉한 형편도 아닌 분들이 하루 수입을 포기하고 자원봉사활동에 나선 것을 보고 뭉클한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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