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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Q: 아이가 흙·털 먹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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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아이가 먹거리가 아닌 음식을 먹을 때 어떤 질병을 의심해야 할까.

첫돌 전 영아는 아무 것이나 물건을 입에 넣고 빠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18개월 이후에도 이런 행동을 보이면 ‘이식증(異食症)’이란 병으로 봐야 한다. 발병 연령은 12~24개월. 나이가 들면서 환자 수는 줄어든다.

환자들이 입에 넣는 물질은 흙·털·재·머리카락·쓰레기·숯·돌, 심지어 페인트까지 다양하다. 주로 어른의 보살핌을 못 받거나 정신 지체, 뇌손상 등이 있는 어린이에게서 빈발한다. 정신지체 아동에게서 발생한 이식증은 청소년은 물론 성인이 돼서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발견 즉시 적절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이식증의 가장 심각한 합병증은 페인트를 먹고 납중독이 되거나, 흙을 많이 먹어 만성 신부전에 빠지는 경우. 머리카락·돌 등을 주로 먹는 아이에게선 장이 막히는 장폐색이 발생하기도 하고, 풀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해 심각한 철결핍성 빈혈에 빠지는 환자도 있다. 또 오물을 자꾸 섭취해 기생충에 감염되기도 한다.

일단 환자를 발견하면 즉시 병원을 방문해 납중독·빈혈·장폐색·기생충 감염 등의 합병증이 있는지, 또 다른 신체적 질병이 있는지 살피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후 환자가 처한 정신·사회적 상황을 분석해 유해 환경을 없애주고 행동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행동치료는 먹지 말아야 할 물건을 입으로 가져 가려고 할 때마다 전기자극, 불쾌한 소리, 구토제 등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 같은 혐오 치료는 단기간에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일단 치료가 됐다 하더라도 효과를 지속시키기 위해선 부모의 관심과 충분한 놀이 기구 등이 아이에게 지속적으로 제공돼야 한다.

황세희 기자

◆도움말=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김붕년 교수

이럴 땐 이식증 의심해야

-먹는 음식과 먹지 못 하는 물질을 구분하지 못한다

-한 달 이상 식품이 아닌 물질을 지속적으로 먹는다

-먹는 물질이 아이의 연령·발달 수준에 부적절하다

-아이가 먹는 물질이 문화적으로도 용납되지 않는다

-제 또래에 비해 운동·정신발달이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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