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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교재만 팔고나서 잠적 번역.속기 통신교육 피해많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주부 김은숙(36.서울서초구반포동)씨는 최근 광고를 보고 영어번역사 통신교육에 등록했다.아이들이 모두 학교에 가는 시간을이용,대학때 전공(영문학)을 살려 일해보려는 생각에서였다.고졸출신이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말에 당장 3 3만원을 내고 교재를 받았으나 곧 문제가 불거졌다.
전화나 팩시밀리를 통해 언제든지 질문할 수 있고 당장 응답한다는 애초의 약속과 달리 교사와는 통화할 수 없고 팩시밀리로 보낸 질문은 1주일이 지나도록 감감 무소식이었다.교사가 몇명인지 물어도 알려주지 않았다.기존 시험문제를 보내준 다는 말도 물거품이었다.
김씨는 그나마 교재 내용은 괜찮은 편이어서 독학하는 셈치고 있다. 20~30대 여성들을 대상으로 번역사.속기사등 「자격증취득」을 내세운 통신교재 판매가 극성을 부리는 가운데 피해자가속출하고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직장여성 윤영주(25)씨는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솔깃해져 속기사 통신교육을 받게 된 경우.
모니터를 보고 음성이 변조되거나 화면이 모자이크 처리된 부분을 타이핑해오는 일거리를 맡겠느냐며 접근,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속기를 배울 것을 권한 것.윤씨는 속기사 통신교육에 등록,28만원을 냈으나 정상적인 교육은 물론 아르바이트 감도 주어지지 않았다.
회사원 박미진(22)씨는 어느 정도 교육을 받은 후 속기사가써온 글을 1주일에 A4용지 8장 번역.타이핑하면 한달에 30만~40만원의 수입을 올린다는 말에 속기사 교재비 39만8천원을 냈다.
그러나 열흘쯤 지나면서부터 통신교육 자체를 받을 수 없었다.
담당교사가 없다는 것이었다.
일부 자격증 취득용 통신교재들은 학원수강 서비스와 병행하는 것도 있는데 이 또한 마찬가지.1주일에 세차례 매번 90분간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약속과 달리 갈 때마다 30분간의 미니강의로 끝나버리기 일쑤다.
이들 통신교육은 교사와 팩시밀리나 전화를 통해 공부하기 때문에 시간 제약을 덜 받는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일부는 ▶교재가 부실하거나 수준에 맞지않고 ▶팩시밀리나 전화통화가 제대로 되지 않으며 ▶교재 이외의 시험정보 제 공 약속도 지켜지지 않을 뿐더러 ▶아예 연락이 두절되기까지 할 정도.물론당초 내세우던 아르바이트 일감은 구경도 할 수 없다.
그럼에도 해약이 잘 안될 뿐만 아니라 심지어 해약료로 전체대금의 20~30%를 요구하기까지 한다는 것.이들 교재가 보통 30만~65만원의 고가품이어서 피해액도 만만치 않다.
최근 소비자가 한국소비자연맹에 피해를 호소한 기관만도 YJ속기사합동사무소.㈜거성.법정속기사사무소.시사번역사교육원.대한번역개발원.국가자격교육원.국제번역사연구회등 7곳에 이른다.
한국소비자연맹 김윤숙 고발상담 간사는 『통신교육 불만 사례가한달에 50여건씩 접수되고 있으며 주로 20대 직장여성이나 30대 가정주부가 많다』며 『방문판매로 산 물품은 무조건 7일 이내에 계약을 취소할 수 있고 제품이 불량하거나 사기를 당한 때는 언제든지 해약할 수 있다』고 일러준다.개인적으로 해약이 어려울 경우 소비자단체를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
법정속기사사무소 이도원씨는 『자격증 취득을 위한 통신교육을 받고자 할 때는 아르바이트등의 조건에 현혹되지 말고 적정인원의교사가 있는지,학원이 견실한지등 실질적인 요소를 꼼꼼히 확인해보고 이용할 것』을 충고했다.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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