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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이해찬 "원내대표 붙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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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3일 오전 9시 국회 귀빈식당. 열린우리당 국회개혁추진단 회의 내용을 브리핑하던 이해찬 추진단장은 '뼈 있는 말'을 했다. 원내대표 경선 출마 의사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면서다. 그는 "경선 날짜와 방식이 정해지기도 전에 출마선언부터 하는 것은 구태"라고 했다. 전날 "노심(盧心.노무현 대통령의 마음)은 나라고 믿는다"며 출마를 선언한 천정배 의원을 겨냥한 것이다.

李단장은 "(언론이) 무슨 계보라고 쓰는데 그러면 발전할 수 없다"고도 했다. 김한길 당선자가 千의원을 지지한 데 대한 불만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그러면서 李단장은 "(출마한다면) 국회개혁과 당정의 안정된 관계, 의원들의 정책활동 지원 강화 등을 강조할 것"이라고 했다. "당선자 152명을 모아놓고 한시간가량 출마 이유를 설명한 뒤 두시간 정도 질의.응답을 하자"며 구체적인 경선방법까지 제안했다.

김근태 원내대표의 입각 가능성이 커지면서 원내대표 경선은 이해찬-천정배 양강 구도로 짜이는 분위기다. 벌써부터 신경전도 벌어지고 있다. 千의원과 李단장의 대결은 정동영 의장을 중심으로 한 당권파와 김근태 원내대표 및 386운동권 출신의 비당권파 간 대리전으로 인식되고 있다. 비당권파의 장영달 의원은 이날 "이해찬 의원이 나선다면 나는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단일화를 하겠다는 것이다.

두 진영은 "신당의 적자(嫡子)로 정치.국회개혁을 마무리할 적임자"(千의원 측), "원만한 대야 관계를 이끌 경륜을 갖춘 5선"(李단장 측)이란 점을 내세우며 각기 승리를 장담한다. 하지만 양측의 지지파로 분류되는 당선자 수는 30명 안팎에 불과하다. 그래서 당내 최대 집단인 초선 당선자들의 표심이 당락을 가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른 변수는 유시민 의원의 출마 여부다. 柳의원이 이해찬 단장의 보좌관 출신이어서 불출마 가능성도 점쳐지지만 개혁당 출신 중엔 "위상강화를 위해 출마해야 한다"는 이들이 꽤 있다고 한다.

열린우리당 17대 국회 준비위는 이번주 말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 후보 등록을 받은 뒤 다음주 초 2차 당선자 워크숍을 열어 후보들의 자질을 공개 검증키로 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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