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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政黨바뀌어야한다>2.이름뿐인 黨政회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지난 5월 신한국당 A전문위원이 겪었던 얘기다.
정부측으로부터 오전11시에 『오늘 점심에 당정회의를 하자』는연락이 왔다.그래서 약속장소로 가보니 정부당국자가 서류를 건네주며 『이게 정부안인데 당안(黨案)을 오늘 점심때까지 달라』고요구했다.그는 불쾌했지만 별로 아는 것도 없고 당의 의견을 모을 시간도 없어 『당도 같은 의견』이라고 동의해줬다.언론에는 이게 당정협의안이라고 발표됐다.
『장관결재가 떨어진 당정회의 자료를 정부측에서 가져와 형식적인 회의만 갖죠.외형만 갖추는 겁니다.그리고 그 자료에 제목만「당정회의 보도자료」라고 붙습니다.』 신한국당 재정경제위 담당강연욱(姜連煜)전문위원의 말이다.그는 『당정간에 원만한 협의가이뤄지려면 당 전문위원이 정책입안 과정에서부터 참여해야 하는데실제는 전혀 그렇지 못한게 문제』라고 말한다.
같은당 통상산업위 담당 박두익(朴斗翼)전문위원도 『전문위원이라는 이름만 달고 있지 거기에 따르는 신분과 힘도 없는게 현실』이라고 말했다.그는 『선진국처럼 정책캠프에 전문성이 있고 중량감 있는 인사가 포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정회의에 참여하는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10일 신한국당 「대중교통 소위(小委)」때의 일이다.
회의 시작때는 소속의원 10여명이 카메라를 의식한듯 심각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그러나 30분쯤 지나 보도진이 철수한뒤 의원들이 하나 둘씩 빠져나가더니 결국 조진형(趙鎭 衡)소위원장과 김문수(金文洙)의원등 두명만 덩그러니 남았다.3시간의 회의시간동안 발언한 의원은 전부 3명뿐이었다.준비없이 나갔으니 정부측 의견을 일방적으로 들을 수밖에 없다.그날 자리를 지켰던 金의원은 『당정회의가 아니라 정부측 브 리핑』이라고 말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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