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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냄새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1호 02면

우리 동네, 악양과 청학동을 잇는 ‘회남재’를 갔습니다. 예전에는 청학동 도인(?)들이 먹거리를 구하러 악양장에 다녔던 길입니다. 지금은 그림자 잃어버린 옛길로 풀꽃들만 요란맞습니다.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고즈넉한 한낮, 숲에서 들리는 청아한 새소리와 귓가에 맴도는 산모기의 날갯짓 소리가 버물려 꿈과 생시를 오가게 합니다. 풀꽃들의 현란함에 취해 언젠가 서울 한구석에서 ‘배갈’로 마음을 섞던 친구들에게 떠든 ‘어차피 돌아갈 흙, 그 흙이 알고 싶다’ 한마디가 불현듯 떠오릅니다. 그때는 뭉뚝하거나, 혹은 이가 빠진 칼날을 휘두르던 시절이었습니다.

풀꽃들 앞에서 생각에 잠깁니다. 시왕청 들기 전에 모든 풀꽃의 뿌리를 품고 있는 흙으로 살 순 없을까? 풀들이, 꽃들이 작은 바람에 살랑 움직입니다.

풀들아! 꽃들아! 내게 무슨 말을 하고 있니? ‘썰’ 까지 말고 그냥 가. 가다가 혹 바람 불면 ‘생각’ 집어 던지고 흙냄새나 맡아. ‘……’


농사꾼 사진가 이창수씨가 사진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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