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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문화체험>미국 세계미래학대회 참관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정치.경제.사회.문학.과학기술등의 진부한 영역구분에서 벗어나「미래의 비전:아이디어,통찰력 그리고 전략」이라는 큰 주제아래「생태와 에너지」「UN과 권역국가」「제3의 1000년」「새로운작업」「가족 공동체의 미래」「창의력」등 21세 기형 중심명제로떠오르는 26개의 트랙을 펼쳐놓고 강연.세미나.워크숍등 다양한접근경로를 통해 치러진 96세계미래학대회는 모처럼 나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소위 학제간.이론과 실제의 합일.쌍방형소통등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회자되고 있는 첨단 기법들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회운영방식도 압권이었다.
특히 감동적이었던 것은 대회 마지막 날의 폐회식이었다.에치오니(A Etzioni)교수의 기조강연은 물론이거니와 그간 썰물처럼 빠져나간듯 하던 대회 참가자들이 어디서 나타났는지 식당을가득 메우고 환호하는 그 열기 때문이었을까.
1천여명을 수용한다는 대회의장을 가득 메운 전세계의 미래학자들은 저명한 사회학자이자 전자공동체 민주주의(tele-communitarian democracy)의 창시자로 잘 알려진 에치오니의 한마디 한마디에 박수와 환호를 보내주었다 .지구와 인류의 미래에 기대와 희망을 보내는 이들의 일체화된 모습은 동방의 작은 나라에서 온 이방인인 나에게는 커다란 감동이자 작은 충격이었다.에치오니는 시종일관 공동체주의를 그 역사와 실례를 소개하며 강조했다.개인과 조직,그리고 기능적 효용성에 전적으로의탁해온 20세기 산업주의의 병폐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성을 회복함으로써만 치유될 수 있다는 그의 21세기관이 유감없이 설파되고 전폭적인 호응을 받고 있었다.
일찍이 환경과 정보통신기술이 21세기의 중심명제임을 터득하고정책적으로 구현하고 있는 미국의 고어 부통령이나 공동체주의를 표방하는 깅그리치 하원의장등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많은 정치인들이 세계미래학회의 적극적인 회원이자 지지자 들이었음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금년 대회도 예외는 아니어서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이 대회의성공을 기원하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우리는 냉전을 뛰어넘어 지구사회와 세계경제 구도로 진입하고있습니다.우리의 그동안의 노고는 과학기술과 정보력의 심대한 영향아래 놓이고 있습니다.지금이야말로 엄청난 도전과 무한한 가능성의 시대가 아닐 수 없습니다.저는 과학자.학자 .교육자.정책컨설턴트 등으로 구성돼 있는 세계미래학회 회원 여러분이 이러한변화의 소용돌이를 헤쳐나가 꿈과 희망의 미래를 건설할 수 있는창의적인 전략을 만들어주실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클린턴의메시지에서도 알 수 있듯 96세계미래학대회는 21세기의 가능성을 열고자 하는 미래학자들의 치열한 지적 연마의 장이었다.2천여명에 이르는 참가자들이 회의가 진행되는 닷새동안 숨소리도 내지 않으며 저마다의 관심분야에 매달려 열띤 토론과 전망에 귀기울이고 메모하는 모습은 나를 비롯한 20여명의 한국 참가자들에게는 신선한 배움의 장이었다.
공성진 한양大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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