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감동의 퍼포먼스식 뮤지컬-"고래사냥"이렇게 만들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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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관객은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얻으려 합니다.그것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연출은 뮤지컬 연출로선 자격미달이지요.』 이윤택은 『고래사냥』이 철저히 보고 즐기며 감동주는 뮤지컬이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볼거리 제공을 위해 억지로 추는 춤과 의미없는 노래의 나열은 지양한다.장르에 얽매이지 않는 퍼포먼스식 공연이 되리란게 그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리듬은 두시간의 공연동안 한시도 쉬지않고 연결된다.대사는 철저히 풀어 배우들에게 리듬으로 육화(肉化)시킨다.입에 붙이지 않고 몸에 배게 한다는 의미다.관념적 대사는 일상적연기를 통해 대중성을 확보한다.어려운 대사일수록 가볍게 치고나간다는 뜻이다.5,6공에 대한 비판이 취객의 입을 빌려 『5,6공 애들 다 나와봐』라는 식으로 던져지는 것등이 그렇다.
극은 극사실주의로 꾸며진다.첫 신은 연세대 교정과 그옆 굴레방다리의 창녀촌이 배경이다.굴레방다리의 창녀촌은 실존적으론 존재하지 않는 장소지만 무대위에선 사실적이 된다.배우들이 개처럼기며 개짖는 소리를 내는 것 역시 사실을 극대화 한 결과일 뿐이다. 그는 90년대 『고래사냥』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지 않는다.70,80년대의 연장선상에서 파악한다.무대위 배우들은 문민시대 들어 『바뀌었다!』고 연호하다 『바뀌었어?』의 의문부호로 돌아간다.그게 지금 국민의 정서라는게 이씨의 말이다 .과소비와 향락,제가족만 챙기는 소아주의가 여전하다 보니 극중 창녀들의 입에선 『요새 남자 시시해』 소리가 절로 나온다.
80년대나 90년대 중반이나 우리사회 공동체의 진실찾기(고래사냥)가 동질의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도 그래서다.
드러나는 주제는 잃어버린 고향찾기다.고향은 희망과 진실을 상징한다.극중 실어증 걸린 화류계 여자 「춘자」와 춘자의 고향 「우도」가 그곳이다.그러나 낡고 황폐한 선창가 땅끝까지 도착한세 남녀주인공이 던지는 『우도가 어디지』라는 질 문에 대한 답은 관객 각자의 몫이다.
영상과 조명의 활용도를 극대화한 것도 특색이다.별이 빛나는 밤하늘로 고래가 비상하고 실어증 걸린 춘자가 말문을 여는 장면들은 대형 스크린으로 처리된다.객석의 시각변화를 위한 무대의 이완은 조명으로 조절한다는게 기본계획이다.
안무를 책임진 MBC무용단 서병구씨의 독특한 동작선도 자랑할만하고 이씨가 직접 훈련해 남다른 공을 들여온 연희단 거리패 단원들의 앙상블도 믿음직하다.「왕초」장두이가 각설이타령조로 한껏 놀아주면 뮤지컬에 관한 한 전천후로 불리는 배 우 남경주가「병태」역을 맡아 화려한 음색으로 받쳐주고 탤런트 송채환이 「춘자」로 극의 중심을 잡아둔다.주연 연기자의 역량도 차고 넘친다.이씨가 객석을 「꽉꽉」 눌러채울 자신이 있다고 호언하는 이유가 수긍가는 대목이다.
『창작뮤지컬의 활성화는 고정레퍼토리의 개발에 달렸습니다.좋은작품은 계속 공연돼야 합니다.「고래사냥」에 거는 기대와 의미가더욱 큰 것도 그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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