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물가 오르고 일자리 줄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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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금리.곡물과 원유가.환율 등 각종 가격이 오르고 공공및 개인서비스요금도 고삐가 풀린 상태다.그런가 하면 올들어 경기하강을반영해 제조업의 취업률이 감소하고 있다.아직은 실업(失業)이 본격적으로 늘어 사회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지만 추세는 매우 걱정스럽다.실업이 늘어나는데 물가는 오르고 있어 그대로 방치할 경우 가장 바람직스럽지 못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발전하지나 않을까 염려된다.왜냐하면 아직 경기가 최저점에는 이르지 않아 내년상반기까지 실업은 늘어날 것이고 물가도 국제수지적자의 축소없이는 별로 안정될 전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실업증가와 물가고(高)는 단적으로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고비용-저효율구조가 별로 개선되지 못한 것의 결과일 뿐이다.이제94년이후 유지된 경기호황은 일시적 엔고(高)로 인한 버블경쟁력이었음이 확실해졌다.정부도 고(高)물류비를 낮 추기 위한 사회간접자본확충에 별로 힘쓰지 않았고,규제완화나 인허가철폐와 같은 제도경쟁력향상에도 실질적으로 노력하지 않은 결과다.
기업도 엔고로 인한 반사이익을 첨단설비.인적자본및 신규기술개발에 별로 투자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저부가가치상품은 중국과 동남아국가에 뺏기고 고부가가치상품 시장에서는 선진국에 의해 밀려났다.이 사이에 해외여행을 통해 외국상품에 접한 소비자는 개방파고(波高)를 타고 물밀듯 들어오는 외국상품 소비에 열을 올리고 이는 무역수지적자를 더 악화시키는 요인이 됐다.
반도체.철강.자동차및 조선 등 주력업종이 포진한 중화학공업분야의 취업자증가율이 급격히 둔화되고 있는 이유는 국내 경기침체에도 있지만 국내기업의 해외진출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이미 선진국에서 제조업의 공동화(空洞化)가 고용문제 를 야기했음을 상기하면 우리도 서서히 국내고용확충을 위한 대비책이 마련돼야 할 때다.
해결책은 국내외기업 모두 우리나라에 투자하게끔 유인책을 마련하는 것이다.그러자면 한국을 국제적으로 경쟁력 없게 만드는 불합리한 정부규제와 인허가가 없어지고 교통.통신 등 인프라가 빨리 정비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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