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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死海'로 변해가는 인천 앞바다-얼마나 오염됐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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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인천 앞바다가 죽어가고 있다.하수정화시설이 절대부족,육지의 오.폐수가 그대로 바다에 유입되고 있는데다 인천지역 곳곳에 산재한 공해물질 배출업소와 바닷가부근 음식점등에서 몰래 버리는 공장폐수.하수등으로 수질오염이 가중되고 있다.물고 기조차 살기힘든 3급수로 전락한 인천 앞바다의 오염실태와 문제점을 진단하고 오염방지책등을 알아본다.
[편집자註] 지난 11일 오후2시40분쯤 인천시동구만석동 만석부두.썰물로 바닥이 드러난 바다는 쓰레기 하치장을 방불케 했다.찌그러진 깡통.플라스틱통과 폐타이어.비닐.장난감등 온갖 쓰레기가 바닥을 뒤덮고 있었다.만석부두에서 북쪽으로 8백여 떨어진 화수부두도 사정은 비슷했다.
갯벌 곳곳에는 쓰레기가 1.5~2 가량 쌓여있어 악취가 코를찌른다.부둣가에서 바다낚시 알선업소를 운영하는 金모(57.중구북성동)씨는 『바다가 오염되면서 70,80년대 인천 연안에서 주로 잡혔던 참조기.갑오징어.금복등 고급어종은 이제 한마리도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만석부두에서 9㎞정도 북쪽으로 떨어진 수도권쓰레기매립지앞 김포해역. 한강을 통해 유입된 생활하수와 매립지에서 발생하는 침출수,매립지주변 1백여개 공장에서 나오는 오.폐수등으로 바다는온통 잿빛이다.바닷바람을 타고 날아드는 악취가 코를 찌른다.
주민 이운호(李運鎬.54.서구경서동)씨는 『매립지가 조성되기직전인 90년까지 나룻배로 고기잡이를 해 최소한 하루 7만~8만원의 수입을 올렸으나 지금은 고기를 한마리도 잡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실제로 해양경찰청이 지난 92~9 4년 4월과 8월 각각 인천 인근해역 10개 지점에 대한 해양환경조사를 실시한 결과 김포해역 오염도가 가장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 영종도와 김포 인근해역 바닷물은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총질소량(TN)등이 기준치를 웃도는 3급수인 것으로 드러났다.김포해역의 경우 COD는 3년 평균 2.65,TN은 0.621을 기록,3등급수 기준치(COD 2이상, TN 0.1이상)를 크게 초과하고 있었다.
또 해역의 수온도 해마다 높아져 92년에 섭씨 15.9도에서▶93년 17.4도▶94년 19.5도를 각각 기록,2년만에 수온이 3.6도나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양경찰청은 지난해말 이러한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육지에서유입되는 하수를 정화하지 않는다면 이 지역의 수질개선은 사실상불가능하다』고 지적했었다.
화수부두에서 남쪽으로 1㎞쯤 떨어진 월미도 앞바다도 악취가 풍길 정도로 오염됐다.오염의 주범은 월미도 일대에 진을 치고있는 1백50여개의 음식점과 상점들.
이들 업소는 밤이면 하수.음식찌꺼기.쓰레기등을 바다에 버리고있지만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이곳에서 자연정화활동을 벌인 인천잠수협회 회원들은『바다밑은 1 앞을 분간할 수 없을 만큼 혼탁했다』고 말했다.
지난 88년 건설된 남동공단 유수지도 바다오염의 주범이다.
물저장 용량 23만9천규모인 이 유수지에는 공단에서 하루평균3만~4만의 폐수가 흘러들고 있으며 승기천을 통해서도 1만여t의 생활하수가 유입되고 있지만 자체 정화시설이 없어 이들 폐수와 하수가 그대로 바다로 흘러들고 있다.
유수지 수질측정결과에 따르면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은 지난해 7월 21.5에서 올 3월에는 46.6으로 뛰었다.
환경기준치(10)를 훨씬 초과하고 있는 것이다.
부유물질 농도(46.6),총질소농도(4.7)등도 모두 기준치(부유물질 15,총질소 1.5)를 초과하고 있다.
이같이 썩은 물이 최근까지 하루 평균 3만9천여t씩 수문을 통해 서해로 방류되고 있어 바다 갯벌은 기름 진흙탕을 이루고 있으며 심한 악취가 풍겨 호홉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지난 3월 인하대 해양학과 박용철(朴龍喆.44)교수가 발표한논문 「인천연안 해양 생태계」에 따르면 81~90년까지 인천 앞바다에 식물성 플랑크톤이 대거 증식하는 현상이 일어나 봄.여름에는 ℓ당 1백만~1백80만 개체씩 출현하기 시작했으나 지금은 계절과 관계없이 ℓ당 5백만 개체까지 발견돼 적조현상과 유사한 갈조현상이 1년내내 일어나고 있다.
朴교수는 『이같은 식물성 플랑크톤의 대거 증식현상은 인천 앞바다의 자정능력이 한계에 와 있다는 증거』라며 『특히 인천 북항과 강화도쪽 지역에서는 유기물 오염지역에서만 출현하는 것으로알려진 아기반투명조개가 채집되는등 해양생태계에 심각한 이상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김정배.정영진.은종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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