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고통분담으로 分斷극복독일교훈 배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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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통독(統獨)전 서독내에서는 통일비용을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있었다.급작스럽게 통일하면 독일경제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주장과,결국엔 통일이 독일경제를 촉진할 것이라는 주장의 대립이었다.
이의 적실성을 알아보기 위해선 통계부터 살펴보는게 좋을 것 같다.통일당시 독일의 통일비용은 약 2조5천억마르크(1천2백80조원)로 추정됐다.통일비용의 성격에 대해 전문가들간에 30~40%정도의 견해차이는 있었지만 통일후 10년간 동독주민의 생활수준과 산업시설을 서독의 가난한 주(州)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이 정도의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는게 전반적인 판단이었다.
2조5천억마르크의 통일비용은▶동독정부및 기업의 대내외 부채청산 4천1백억마르크▶소련군 철수비용 지원 1백50억마르크▶7백50만명 동독노동자의 생산성을 서독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필요한산업시설 설치 1조마르크등으로 돼있었다.
통일독일은 실제 95년까지 5년간 동독지역에 1조4천6백억마르크를 투입했다.내용별로는▶동독내 각종 공공시설및 민간기업의 투자 7천5백억마르크▶연금.실업수당등 동독인들에 대한 사회복지비용 지출 4천4백억마르크▶기타 동독지역 지방자치 단체에 대한재정보조및 동독 기업.정부의 부채청산 2천7백억마르크등이다.
지금까지의 통일비용 지출내용을 볼때 다른 비용은 크게 예상을빗나가지 않았으나 사회복지비용은 예상보다 3.5배이상 지출되어통일독일의 경제를 압박하는 가장 심각한 문제점이 되고 있다.사회복지비용 지출이 이렇게 증가한 것은 소련.동 구등 공산권의 몰락에 따라 경제상호원조회의(COMECON) 경제협력체제가 붕괴됐기 때문이다.또 통일독일 정부가 세계시장에서 자생력이 없다고 판단되는 동독기업을 과감히 정리하는 충격요법을 사용한 것도요인중의 하나였다.물론 이같은 정 책에 대한 반발도 많았으나 독일정부는 자생력이 없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원,연명시키기보다는사회보장예산 지출 증가를 감내하는게 동독경제를 부흥시키는 근본적인 대책이 된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결국 6년이 지난 현재 통일독일의 경제전망이 그렇게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지난 5년간 동독지역의 평균성장률은 8.4%에 달했고 실업률도 지난 93년 15%에서 95년 13%수준으로 감소하는등 그동안 투자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5년후 동독지역은 세계 최대의 최첨단 공업지역으로 21세기 독일경제를 이끌어가는 견인차 역할을 하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독일내에선 통일비용문제가 더이상 뜨거운 논란 대상이 아니다.통일후 누구도 나빠지는 일이 없을 것이라던 정치인들의 장미빛 공약은 지켜지지 않았지만 독일국민들은 「분단극복은 분담을통해서만 성취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점차 깨닫고 있다.서독국민들은 오히려 정부가 통일비용에 따른 고통을 제대로 주지시키지 못한 점을 섭섭하게 여길 정도다.
그리고 동독 재건과정에서 제일 먼저 착수한 사업 가운데 하나가 문화재 복구및 보수사업이었다는 점,그동안 통일독일이 옛소련지역및 동구권에 1천5백억마르크에 달하는 무상및 유상원조를 제공했다는 사실을 통해 어려운 가운데도 장래에 대비 하려는 독일인들의 「느긋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독일통일은 정치적 동기에서 결정됐지만 경제적으로도 못할게 없다고 판단했다는 헬무트 콜 총리의 언급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염돈재<국제문제조사硏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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