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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1만km를가다>1.티베트의 관문 매리雪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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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흔히 달라이 라마의 나라로 알려진 티베트(중국 西藏자치구)는금세기를 마감해가는 지금도 옛날의 전통 생활방식을 유지하고 있는 몇 안되는 세계 오지중 하나다.중앙일보사는 한국언론으론 처음으로 지난 6월6일부터 한달 보름간 한국티베트 연구소(소장 박철암 경희대 명예교수)와 공동으로 「티베트고원 1만㎞ 대탐사」를 마쳤다.탐사팀은 서장자치구 6개 지구중 윈난(雲南)성과 경계를 이루는 창두(昌都)지구와 나취(那曲)지구를 거쳐 티베트수도 라사,평균 해발고도 5천의 창 탕고원등을 차례로 탐험했다.하루 평균 2백50여㎞의 강행군이었다.특히 충츠런(琮次仁)서장대 생물학과교수는 『창탕고원의 성후(聖湖)당러융춰(當惹雍錯)는 외국인으로서는 세계 최초의 탐험』이라고 평가해 의의를 더해주었다.티베트의 독특하고 도 생생한 삶의 모습을 주1회씩 모두10회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註]중국 상하이(上海)와 쿤밍(昆明)을 거쳐 탐사팀을실은 비행기가 리장(麗江)에 도착했다.리장 공항은 지난해 가을이곳을 찾았을 때만 해도 없었던 공항이라는 것이 신덕영 대원의설명이다.그래서 그런지 활주로에는 탐사팀이 타고온 비행기 한대뿐이었다.시골역처럼 비좁은 입국장에는 짐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새통이 한동안 계속됐다.리장은 해발 2천4백에 위치한 인구 33만명의 제법 큰 마을.하지만 중국 변방지역이 초행길인 이방인의 눈에는 리장 시가지가 허술하기만 했다.이 지역은 지난 2월 지진이 강타한 탓에 군데군데 무너져 내리거나 금이 간 건물들이 당시의 참상을 느끼게 했다.
이튿날 리장에서 중뎬(中甸)까지 가는 길은 이곳에서는 보기 드문 아스팔트 포장길.양쯔(揚子)강의 상류인 진사(金沙)강을 따라 나란히 뻗은 도로 위에는 수확한 보릿짚단이 무수히 널려있었다.탈곡기가 드문 이곳에서 지나가는 자동차 바퀴 를 이용해 탈곡하는 것이다.
물살이 험한 협곡이 있어 호도협(虎跳峽)으로 불리는 마을을 거쳐 해발 3천2백를 넘어서면서 너와집과 티베트 고유 의상을 입고 바구니를 짊어진 한무리의 처녀들이 눈에 띄었다.지붕이 높고 널찍한 너와집들과 목재로 만든 곡식 건조대가 군데군데 눈에띄는 것이 부유한 장족(藏族.티베트족)마을로 짐작됐다.
해발 3천5백인 중뎬에서는 회교도들을 위한 식당인 청진반관(淸眞飯館)이 눈길을 끌었다.청진반관은 돼지고기를 안먹는 이슬람교도를 위한 깨끗한 식당이라는 뜻이다.식당 문간에 주렁주렁 매달아 놓은 말린 양고기에 파리떼가 들끓어 「깨끗한 식당」과는 거리가 멀었다.
다음날 탐사팀은 더친(德欽)을 향해 출발했다.백망설산이 지척에 보이는 정상을 지나 더친방향으로 내리막길을 5㎞쯤 내달리자이번에는 해발 6천7백40의 매리설산(梅里雪山)이 매혹적인 자태를 드러냈다.하도 아름다워 너나 할 것없이 『 딩처(정지)』를 동시에 외쳐댔다.몇차례 셔터를 눌러댔지만 때마침 마주 비추는 역광 때문에 결과는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더친에서 묵게된숙소 이름도 매리주점이었다.더친은 해발고도 3천3백에 불과하지만 가파른 산악 지형에 시가지가 걸 쳐있는 듯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 튿날 아침 매리설산을 촬영하기 위해 출발을 서둘렀다.아침 햇살을 받고있는 매리설산은 더욱 눈부셨다.좌측의가냘프고 뾰족한 봉우리와 우측의 주봉이 한데 어우러진 모습이 지순한 처녀와 우직한 총각을 대하는 듯했다.매리설산은 윈난(雲南) 성에 속하지만 티베트인들이 성산으로 떠받드는 이유를 알만했다.이 산은 89년 17명의 일본.중국 합동원정대가 눈사태를만나 몰사당해 아직도 미답봉으로 남아있다.물론 티베트인들은 산신령이 노한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탐사팀은 정신없이 셔터를 눌러대다 티베트 불탑인 조르텐 앞에서 향불을 피우고 불공을 드리고 있는 노파를 발견했다.불교 경전을 오색 헝겊에 인쇄한 타르초가 바람에 휘날려 경건한 분위기를 더해 주었다.산으로 약초 캐러가는 길이라는 이 할머니는 돌아오는 길에도 이곳에서 예불을 올린다고 한다.탐사대원들도 무사히 탐사를 마칠수 있도록 해달라고 마음속으로 기원했다.
고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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