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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말 청남대 휴가前 경제팀 경질뜻 굳힌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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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8일 단행된 개각의 초점은 경제팀의 중심라인을 바꾼데 있다.
윤여준(尹汝雋)청와대대변인의 설명대로 핵심은 경제부총리와 청와대경제수석의 경질이다.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내용이다.임명된지 8개월밖에 안된 경제팀의 양 기둥을 바꾼다는 관측 은 청와대나관가(官街)에도 별로 없었다.신설되는 해양수산부의 장관을 임명할 때 문제있는 1~2개 부처정도를 끼워 소폭개각할 것으로 당초 관측됐다.
역시 의표를 찌르는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스타일이 8.8개각에서도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나웅배(羅雄培)경제부총리와 구본영(具本英)청와대경제수석의 경질은 의외다.그러나 金대통령은 이미 지난 5월말부터 경질을 검토했다고 익명을 원한 청와대고위관계자가 전하고 있다.
이때는 이 두사람이 임명된지 5개월정도 밖에 안된 시점이어서청와대내부조차 상상하기 힘들었다.당시 具수석이 올리는 경제전망보고서가 일부 빗나가고 특히 수출문제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어 문제가 있다고 金대통령은 판단하기 시작했다는 것.
이 관계자는 『이때부터 金대통령은 남북문제와 함께 수출부진 타개에 매달리기 시작했으며 누군가가 앞장서서 경제팀을 이끌어야하는데 그게 아쉽다는 생각을 가진것 같다』고 했다.
金대통령은 7월말 청남대로 내려가기 전에 『경제사령탑을 바꿔분위기를 쇄신해야겠다는 생각을 굳힌 것 같다』고 전했다.무엇보다 羅부총리를 임명할 때 경제부처의 팀워크관리를 기대했으나 羅부총리의 모나지 않는 성격으로는 어렵다고 본 것 이라는 얘기다. 김양배(金良培)보건복지부장관은 경질 0순위에 올라 있었다는후문.4.11총선전에 중국음식점 돈지파동으로 쓸데없는 일을 한다는 얘기를 들었고 최근의 한약분쟁으로 金대통령의 신임이 급락했다는 후문이다.
金장관은 이런 분위기를 알고 이미 사의를 표명했다는 것인데 윤여준청와대대변인은 『건강이 나빠 애틀랜타에서 열리는 장애인올림픽에 가지못할 정도』라고 인책성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그만둔 정근모(鄭根謨)과기처장관은 내년에 국제원자력기구(IAEA)사무총장선거에 나가기 위해 배려해준 것으로 尹대변인은 설명했다.
…초대 해양수산장관에 임명된 신상우(辛相佑.7선)의원은 지난번 국회의장 물망에 올랐다가 떨어진 점과 초기의 내부 융합이 우선인 해양수산부를 이끌기에 무난하다는 점이 고려됐다고 관계자들은 얘기하고 있다.강봉균(康奉均)총리행조실장의 정보통신장관 임명은 이수성(李壽成)총리가 열심히 민 대목이고 金대통령도 康장관에겐 부담감을 갖고 있었다는 후문이다.그동안 정무1장관을 빼고는 없던 신한국당 의원이 바뀐 6명중 3명이나 입각한 점도눈에 띈다.韓부총리와 辛장관이외에 보건복지장관을 다시 맡은 이성호(李聖浩)의원이 그들이다.당무위원인 김윤덕(金胤德)정무2장관까지 친다면 4명이나 된다.당에 대한 배려는 내년 정권재창출을 앞둔 金대통령의 장악력을 높이려는 포석이라는 것.
…그러나 이번 개각에서 지난해 12월 개각때 입각시킨 羅부총리등 장관 3명을 불과 8개월만에 갈아치움으로써 정책의 혼선은물론 장관수명의 단명화라는 비판적 여론도 없지 않다.더구나 야당등 일각에서 인책을 요구했거나 업무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국방.환경장관등을 유임시킨 것도 정부로서는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수해로 인한 장병들의 대거 희생,현역 군인의 은행총기강도 사건으로 인책설이 나돌던 이양호(李養鎬)국방장관은 대상에 올라 있지 않았다는 후문.金대통령은 수재현장을 방문할 결과 수해는 어쩔수 없는 천재(天災)라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
…개각과 함께 주목되는 대목이 이원종(李源宗)정무수석의 장관급 격상.청와대수석진에는 김광일(金光一)비서실장과 정보통신장관에서 옮긴 李경제수석을 합해 3명의 장관급 비서관이 등장했다.
6공시절 김종인(金鍾仁)경제수석이 장관급으로 있은 전례는 있으나 역시 화제다.
더구나 이석채(李錫采)경제수석은 본인의 스타일에다 金대통령의높아진 경제관심으로 金대통령의 경제가정교사 출신 한이헌(韓利憲)수석때보다 경제수석실이 더 세질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金대통령은 신한국당의 실세들이 껄끄러워하는 李정무수석을 장관급으로 격상시킴으로써 그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표시했을 뿐만 아니라 내년 정권재창출에서의 李수석역할을 높여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번 개각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李총리의 견해가 상대적으로많이 반영된 것같다는 것이 총리실쪽의 얘기.
李총리는 5일과 8일 두차례 단독으로 金대통령을 만났을 때 자신의 의견을 상세히 피력했다는 후문.
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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