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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갱스터 액션물 "히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 니로.빈틈없고 차가운 인상속에 어딘지인간적인 분위기로 사랑을 받는 두 이탈리아계 할리우드 스타가 만난다.무대는 이번 주말 개봉되는 갱스터 액션물 『히트』.두사람은 20년전 『대부2』에서 스쳐지나간 것 말고 는 이번이 첫대면이다.둘 은 영화에서 경찰과 갱이란 대립적 위치지만 그 내면은 동일인이다.둘다 일에 갇혀 자아와 가족을 잃어가는 현대 도시인의 어두운 자화상을 상징하는 판화의 양각과 음각이요,동전의 양면같은 인물들이다.
로스앤젤레스 경찰국 강력계 수사반장 빈센트(알 파치노)는 유능하지만 가정적으론 두번의 이혼경력을 가진 불안정한 성격의 소유자.어느날 고액채권을 실은 차량이 갱단에 탈취당하는 사건이 터지면서 빈센트는 갱단 보스 닐(로버트 드 니로) 과 맞닥뜨린다.빈센트는 동물적인 후각으로 닐을 추적하고 닐은 그런 빈센트를 요리조리 피해다닌다.그러면서 둘은 프로들끼리 품게 되는 묘한 동류의식을 느낀다.가족과 사회로부터 버림받고 일 밖에는 자기확인을 구할 데가 없는 공통의 소외■ 식 때문에 둘의 동질감은 더욱 굳어진다.빈센트는 부인으로부터 「일 중독자」(워커 홀릭)란 비난을 듣고 세번째 이혼위기에 몰리지만 일 외에는 사생활을 즐길 능력이 없다.홀아비인 닐은 정상적인 가정을 갈구하면서도 그 꿈이 자신의 직업을 망칠지 모른다는 강박관념에 빠진 사람.모처럼 사귄 애인과 뉴질랜드행을 꿈꾸던 닐은 빈센트의 끈질긴 추격에 몰리자 여자를 차 속에 남겨두고 홀로 빈센트와 맞선다.공항 활주로에서 벌어지는 둘의 마지막 대결은 빈센트가 닐을 쏴 죽이는 것으로 끝난다.죽어가는 닐의 손을 꼭 잡아주는 빈센트의 얼굴에는 허무한 표정이 역력하다.
도시인의 소외현상을 짙게 함축하면서 전개되는 『히트』의 액션은 박진감과 함께 할리우드 영화에서 보기 힘든 어떤 품위가 느껴진다.검은색 로스앤젤레스 밤거리를 배경으로 카리스마 강한 두배우가 펼치는 추격전은 『첩혈쌍웅』같은 홍콩느와 르를 닮았다.
그래선지 일본과 홍콩에서 개봉 첫주 흥행 1위를 기록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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