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생활기록부' 무슨 문제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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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종합생활기록부 보완 대책의 특징은 대학의 고교 학력차 반영을인정하고 석차백분율 대신 석차제 도입,동일석차 인정등이다.
그동안 우수학생의 불이익 개선을 요구해온 특수목적고,비평준화지역 명문고 학부모들의 주장과 무조건 모든 학생을 인위적으로 1백등급화 하는 석차 백분율 제도에 대한 일선 고교의 반발이 수용됐다.
이번 개선안으로 고교의 부담은 크게 줄었지만 대학의 짐은 상당히 무거워졌다.교육부는 『대학의 자율화를 강화하고 정부가 생활기록부 전산화작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결과적으론 종생부문제를 대학에 떠넘긴 셈이 됐다.
정부는 또 사전 준비없이 성급히 입시제도를 시행한후 문제가 생길 때마다 우왕좌왕,고교 현장은 혼란속에 빠지고 대학들은 애써 만든 입시 요강을 다시 손질해야 하는등 입시정책의 신뢰도는완전히 땅에 떨어졌다.
대표적인 것이 학교차 인정 문제다.올해초 일부 대학들이 학교차 인정을 검토했을 때 교육부가 극력 반대,결국 대학들이 포기해야 했다.
그러나 특수목적고 학부모등이 이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자 교육부는 이번에 『대학 자율성과 교육 현장의 다양성을 높인다』는 명분을 들어 학교차를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개선안은 뒤늦게나마 이같은 문제점들을 원점에서 해결하겠다는 취지에서 나왔지만 모든 문제가 풀릴 것 같지는 않다.
◇학교차 인정 문제=특수목적고,비평준화 지역 명문고 학부모들은 이 학교 학생들이 일반고 학생들에 비해 우수함을 주장하고 있고 사회에서도 어느 정도 이를 인정하곤 있지만 실제 입시에서이들에게 얼마나 점수를 얹어줘야 하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 자료는 없다.
정부가 수학능력시험에서 고교들이 취득한 평균 점수를 공개하지않는한 대학들은 자기 대학 입학생들을 상대로 고교별 수능 평균점수.학교성적등을 조사,분석할 수밖에 없지만 이런 능력을 가진대학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래도 일부 대학이 비평준화 지역 명문고 졸업생등을 우대하겠다고 나서는 경우 일반고중 명문고로 알려진 학교의 학부모들이 제각기 「자기 몫」을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학교차 인정을 준비했던 대학들도 이를 우려,97학년도 입시에서는 포기할 전망이다.자연히 비평준화 지역 명문고 학부모등의 불만은 계속될 것이다.
학교차 인정이 허용됨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고교 서열매김」이부활되고 고교간 성적 경쟁이 불붙으면서 고교 평준화 정책이 흔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범위」라는 모호한 전제아래 학력차 문제를 대학 자율에 맡겨 「뜨거운 감자」를 대학에떠넘기는 듯한 인상이다.
◇석차제 문제점=총점 석차제가 아닌 과목별 석차(백분율) 합산 방식에서는 우수 집단의 우수 학생들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중앙일보 7월22일자 23면 참조> 학생간의 학력차가 큰 일반고와 달리 우수 학생이 많은 우수 집단에서는 학생들이 「과목별 성적을 나눠갖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학생수 1백명 미만 학교=석차 백분율 제도 아래선 학생수 1백명 미만 학교의 학생들이 1%에 들어갈 길이 구조적으로 봉쇄되어 있었다.
석차제에서는 학생수에 관계없이 1등은 나오기 때문에 이 문제는 외견상 해결된 듯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전망이다.
기존의 석차백분율을 이용해 입시 요강을 마련했던 1백17개 대학들은 석차를 석차백분율로 환산,지원생들의 성적을 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성적 올려주기=동점자를 인정함에 따라 「인위적인 성적 올려주기」가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도 커졌다.
교육부는 이에 대해 ▶행정 지도 강화 ▶석차 평가를 연 2회에서 학기말 1회로 축소 ▶대학에 성적 분포도를 보내 대학이 고교별 성적 올려주기 실태를 알 수있다는 점등을 대책으로 내놓았다. 그러나 대학들이 성적 분포도를 보고 성적 올려주기를 한학교를 밝혀내 그 학교 학생에 불이익을 주기란 기대하기 어렵고고교에서 매번 문제를 아주 쉽게 낼 경우 상위권 동점자가 많이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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