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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수지.印尼 메가와티 鐵拳통치속 꽃피운 민주화의 꽃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수하르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최근 시위사태를 촉발시킨 야당 지도자 메가와티 수카르노 푸트리(49)를 투옥시키거나 국외 추방시킨다면 민주화 운동은 과연 잠잠해질까.자카르타 현지에서 만난 지식인들은 한결 같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들은 메가와티를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인 아웅산 수지(51)여사에 비교하곤 했다.
지난해 7월 6년만의 가택연금에서 풀려났던 수지 여사나 집권세력의 사주에 의해 인도네시아민주당(PDI) 당수직에서 축출된메가와티는 모두 철권 통치에 맞서는 여걸이자 독립 영웅들을 아버지로 두었다는 묘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그러나 두 사람은 다른 점도 많은 것 같다.
먼저 자카르타시를 벗어난 서쪽 파사 밍구 케바구사 두란에 위치한 메가와티 집으로 향하는 길은 택시 운전기사들도 몰랐다.이와 딴판으로 미얀마 양곤대학 앞에 위치한 수지 여사의 집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었다.
30대 택시기사인 삼술이 여섯번이나 길을 물어 찾아간 메가와티의 집앞엔 정보원으로 보이는 두세 사람만이 날카로운 눈초리를보낼 뿐 메가와티의 연설을 듣고자 진을 친 대규모 군중은 없었다. 또 수지 여사가 제도권 밖으로 뛰쳐나가 투쟁하고 있는 반면,메가와티는 수하르토 대통령 통치의 틀 안에서 조용히 점진적민주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메가와티가 시위사태와 관련돼 5일로 예정된 경찰의 소환 조사를 단호하게 거부하지 못하는 것도 그 단적인 사례다.
이는 두 여인이 처한 정치환경이 「사회주의 군사독재」(미얀마)와 「개발독재 논리를 내세운 장기집권」(인도네시아)으로 각기다른데다 정치 입문 동기나 입신 과정이 다르기 때문으로 보인다. 수지 여사는 지난 88년에야 미얀마에 귀국해 89년 가택 연금,90년 총선 승리및 군사정부의 선거무효화 선언등 목숨이 오가는 급박한 정치 행로를 걸어야 했다.
메가와티는 아버지 수카르노 전대통령이 살아 있던 반둥대학 재학시절 일찌감치 학생운동에 참가했으며 83년 PDI 가입,87년 의원 당선,93년 PDI당수 피선 등으로 차근차근 정치 지도자의 길을 밟아왔다.
이런 차이점들에도 불구하고 이들 두 나라엔 언제든지 제2의 수지,제2의 메가와티가 나올 수 있다는 깊은 인상을 받았다.
자카르타= 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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