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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경기 '침체국면'인가 '조정국면'인가-불황기 진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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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수출이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오히려 감소되는가 하면 산업생산 증가율도 주춤거리고 있다.경기침체가 본격화되는 징조가 나타나고 있지만 물가와 금리는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현재의 경제상황을 침체로의 진입국면으로 봐야하는지,아니면 연 착륙과정의 조정국면으로 봐야 하는지 의견이 분분하다.양측 의견을 소개한다. [편집자註] 수출이 급락하면서 무역적자가 큰 폭으로 확대되고 생산증가율.가동률등 생산지표들도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경기가 급속하게 냉각되고 있는 것이다.현재 우리경제는 경기순환 측면에서 하강국면,그 가운데서도 가파른 하강국면을 지나고 있다. 지표상으로는 지난해 3.4분기 이후 지금까지의 경기침체가 과거 유례가 없을 정도의 대단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지금과 같은 경기하강의 속도를 우리경제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아니면 이를 완만하게 이끌어 경기를연착륙시킬 수 있는지 하는 점이다.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우리경기는 두가지 외부 경제여건에 따라 크게 좌우돼 왔다.우리수출에 대한 일반적 수요를 결정하는 세계경기와 우리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엔화.원화환율 상황이다.
세계경기상황이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평균 이상의 성장세를 지속중이다.문제는 환율 여건이 좋지 못한데다 주력 수출상품 시장의 공급과잉으로 수출단가 급락이라는 복병을 만난 탓이다.
반도체.철강.석유화학 등의 국제시장 가격이 하반기에 다시 상승세를 타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더욱이 올 하반기는 지난해 하반기의 급속한 엔화절하.원화절상이 수출경쟁력 약화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시기가 될 것이다.따라서 올 하 반기에도 수출부진.투자위축.경기하락세 지속은 불을 보듯 분명해 보인다.경기연착륙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경기침체가 급격하게 진행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일차적인 정책목표가 돼야 한다.정부가 하반기 경제운영계획에서 밝힌 경제성장률 7%수준의 하반기 전망은 너무 낙관적이다.지난6월의 경제활동을 나타내는 주요 경기지표들의 부진상을 보면 하반기 성장세는 잘해야 6%대에 머물 전망이다.
경기안정화 유도와 관련해 가장 핵심이 돼야 할 것이 환율 부문이다.하반기에는 원화가 다시 절상될 가능성이 있다.실물부문에서 대규모의 경상적자가 계속되고 있어 절하압력이 매우 큰데도 불구하고 금융자본시장에서의 자금유입 압력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수출구조가 점차 일본과 유사해지면서 원화의 달러에 대한환율보다 엔화에 대한 환율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원화의 환율,특히 엔화에 대한 원화의 환율이 절상되지 않도록 유도해야 한다. 또한 경기 연착륙을 더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다소간의 재정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사회간접자본등에 대한 공공투자를확대할 필요도 있다.사회간접자본의 부족은 우리나라 고비용의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는 만큼 투자에 따른 반사이익이 크고 주택.상업시설 건축등 다른 건설부문에 비해 고용유발효과가 적어 인력난과 물가불안을 초래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기때문이다.
지금의 경기침체에는 구조적 요인들과 경기순환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따라서 경기침체에 대한 대응도 무엇인가 획기적인 것,특별한 것이 있을 수 없다.고비용.저효율구조 타파등 기존의 경쟁력 강화방안들을 착실히 실행에 옮겨 구조적 요인들을 해결하면서 단기적으로는 국제수지 개선과 경기안정화를 위한환율여건 개선,물가를 급등시키지 않는 범위 안에서의 총수요확대를 도모해야 할 것이다.
이윤호 LG경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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