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 국제대회 4관왕 눈앞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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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이창호(李昌鎬)9단이 네번째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올해 세계대회 3관왕인 李9단은 오는 8월3일 일본에서 중국의 마샤오춘(馬曉春)9단과 제9회 후지쓰배 세계바둑선수권전 결승전을 치르는데 승리가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대국장소는 도쿄(東京)의 규단(九段)회관.승부는 단판으로 결정되며 우승상금은 2천만엔,준우승은 7백만엔이다.李9단은 현재까지 馬9단과의 공식전적에서 8승3패로 앞서고 있어 승산은 7할을 웃돈다.한가지 우려되는 점은 「단판승부」에 있다.5번기나최소한 3번기만 돼도 승률을 적용시킬 수 있지만 단판승부는 당일의 컨디션이 크게 작용한다.
지난해까지 국내대회에서 13관왕에 올라 거의 전기전을 휩쓸었던 이창호9단은 올해들어 「국내용」이란 평판을 벗고 「국제용」으로 순조롭게 변신했다.
국내대회에선 지난 7개월동안 10개 기전에서 결승전을 치러 다섯번은 이기고 다섯번은 졌다(조훈현9단에게 3패,유창혁9단에게 2패).말하자면 반타작을 거둔 셈인데 최강 이창호로서는 「난조가 아닌가」하는 의심을 받을 정도로 엄청난 흉 작이었다.94년6월부터 96년1월까지 각종 결승전에서 20연승을 거두며 승승장구해온 李9단의 돌연한 연패는 많은 억측마저 낳았다.
李9단은 그러나 국제무대에선 과거 어느 때보다 화려한 전적을보이며 「건재」를 과시했다.2월의 진로배(단체전)에선 2장으로나가 3연승의 맹활약을 펼쳐 한국팀의 우승을 견인했고 3월엔 서울의 동양증권배에서 마샤오춘9단을 2대1로 격파하고 우승컵과1억원의 상금을 차지했다.4월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應씨배에선 8강전에서 유창혁9단에게 패해 탈락했으나 곧이어 벌어진 TV아시아선수권전에선 결승에서 劉9단을 꺾고 우승했다.
이런 좋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李9단의 해외원정에 우려를 느끼는 사람도 많다.李9단은 외국음식에 적응력이 약하고 비행기를 타면 배탈이 잘 나곤 한다.낯선 환경과 시선들에 빨리 피로해진다.이런 약점이 거듭되는 연습(?) 덕으로 최근엔 별로 문제가안되고 있다.
李9단은 한국개최의 동양증권배에서 세번 우승했고 한.중.일 공동주최의 TV속기전에서 두번 우승했다.하지만 후지쓰배와 應씨배는 준결승에도 올라가 본 일이 없다.이런 점에서도 8월3일은李9단에게 중요한 날이다.
지난해 후지쓰배와 동양증권배를 휩쓸어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馬9단이 이번 대회에 어떤 비장의 무기를 들고 나올지도 궁금한일중의 하나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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