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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 스며드는 서울지하철 문제점 점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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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앞 지하철 1호선 시청역 환기구는 높이가 30여㎝에 불과하다.또 이곳에서 1백여 떨어진 시청옆 인도에도 같은 높이의 환기구가 설치돼 있다.
이처럼 환기구 높이가 낮기 때문에 폭우가 쏟아져 도로가 침수되면 물이 환기구를 타고 역사와 선로로 쏟아져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는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지난 26일 집중호우때 지하철 2호선 신당역이 침수,지하철 운행이 중단된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신당역 부근 환기구의 지상 높이는 150㎝로 평균보다 높은 편인데도 주변 하수구가 막히면서 차오른 물이 환기구를 통해 철로로 쏟아진 것이다.
서울시가 이처럼 지하철 환기구 높이를 낮게 설치한 것은 주변시민들의 반발 때문이다.
환기구를 높이면 부근에서 영업하는 상인들이 환기구에 점포등이가려 영업에 지장받게 된다며 반발하고 있는데다 보행자들도 통행에 불쾌감을 준다며 환기구를 높게 설치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종각역~청량리에 이르는 지하철 1호선 환기구 20여개는 모두 도로에서 30㎝내외 높이로 설치돼 있는데 이는 지하철 건설당시 환기구 부근 상인들이 집단 민원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내 1기 지하철 1,2,3,4호선 1백13개 역사에 설치된 9백37개 환기구중 30%에 이르는 3백여개는 높이가 30㎝에 그치고 있다.
이에따라 침수사고가 빈발하자 지하철공사는 90년부터 94년까지 1기 지하철 환기구 실태조사를 벌여 민원소지가 없는 30㎝높이 환기구 1백개를 150㎝까지 높게 올려 재설치했다.
그러나 종각~청량리역 인도에 설치된 환기구는 상인들의 반대로높게 만드는 일은 엄두도 못내고 있는 실정.
더욱 한심한 것은 지하철 건설관련 규정에 환기구 높이에 대한규정이 없어 주먹구구식으로 환기구를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4~5이상 높이로 건설하고 있고 프랑스.영국등은 주민들의 반대를 피하기 위해 환기구를 높이되 미술적 조형미를 가미해 설치하고 있다.
서울시지하철공사의 한 관계자는 『환기구를 높여야 지하철을 수해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데 주민들의 민원을 감당할 수 없어 높게 쌓는 공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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