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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생각합니다>美비자신청절차 불쾌 한국위상맞는 대우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미국을 관광하기 위해 비자인터뷰를 받았다.길고 긴 기다림의 행렬,넓지도 못한 장소에 사람들이 와글거렸다.나는 모든 세상은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데 이곳의 시설이나 절차는 왜 아직도이런 모습일까라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은행창구 처럼 번호표를 뽑고 대기할 수 있는 좀 더 쾌적한 공간을 만들 수는 없는 걸까.너무나 사무적이고 냉정해 보이는 담당자의 표정,유리칸막이가된 창구 아래쪽으로 서류를 밀어넣으면 기계처럼 서류를 훑어본뒤상대편에겐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몇마디 질문을 던지고 예스와 노를 결정한다.칸막이로 인해 질문자의 말이 잘 들리지 않았고 통역하는 한국인 직원은 무성의해 보였다.
물론 엄청난 사무량과 많은 사람들을 대하다 보니 피곤하고 짜증도 나겠지만 그들의 표정에서 강한 민족이 지닌 오만함을 엿봤다면 지나친 것일까.한국은 이제 더 이상 불법체류를 위해 미국행을 염려받아야 하는 국민이 아니다.오히려 많은 달러를 써 미국 국익에 보탬을 주는 국민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소홀한 대우를받고 있는 것이다.어느 누가 봐도 건전한 사상과 증명할 만한 신분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능력껏 여행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본다.다시 귀국한다는 확고한 서류상의 다짐을 받을망정.생전처음 조카들과 미국여행을 계획했던 나는 한마디로 거절당하고 돌아서면서 내가 겪은 무참함보다 아직도 이런 대우를 받을 수밖에 없는 한국의 처지가 서글펐다.
이서영〈경기도의왕시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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