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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명높은 백인우월집단이 뿌리-미국 민병대 어떤 단체인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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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애틀랜타 올림픽의「파이프 폭탄」테러로 미국내 극우 민병대 조직에 또다시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미국의 민병대 역사는 2백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미국은과거 영국의 식민지 시절부터 치안에 위협을 주는 세력에 대해 무장 민병대를 구성,스스로를 방어했다.당시의 민병대는 일종의 「반(半)경찰.반 군대」였다.
그러나 최근 몇년동안 미국 사회를 내부에서 흔들어 놓고 있는민병대들은 「아리안족 국가」나 「쿠 클럭스 클란」(KKK) 같은 악명 높은 백인 우월 집단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르다.
이들 조직이 총기로 무장하고 반정부 성향을 드러낸다 해서 미국 법상 불법인 것은 아니다.「결사의 자유」와 함께 「무기를 소지할 권리」는 미국 헌법(수정 2조)상 보장되는 권리이기 때문이다.폭탄 테러와 같은 불법 행위에 관련됐다는 혐의가 없는 한 단속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오클라호마시티 연방건물 폭파 사건의 배후로 미시간주 민병대가 지목된후 이들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있다.그러나 아직까지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이들의 구성.이념.참여폭은 주(州)마다 다르다.
현재까지 미국 수사 당국과 관련 단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민병대는 미 전국 34개주에 2백4개가 구성돼 있다.이중 1백80개는 군병력처럼 무장돼 있다.조직당 구성원은 적게는 1만명에서 많게는 1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최 근 인터네트에 떠돌고 있는 「테러 안내서」를 이용,질산 암모늄 폭탄등 각종 폭발물 제조 능력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세계최강의 정규군을 보유하고 있고 가장 민주화된 정부를 갖고 있는미국 사회에서 어떤 사람들이 이같은 조직을 구성하고 있을까.
민병대가 통일된 이념이나 조직으로 이뤄져 있지 않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민병대 운동에 내재된 이념이 미국 정치를 부정적으로 조망하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이들은 연방정부는 물론 연방정부와 관 련된 모든 것들을 「적(敵)」으로 간주하고자신들이 정부부패와 직권남용의 희생자들이라고 생각한다.
반(反)유대주의에 물든 이들은 미 정부를 「유대 민족주의자들의 지배아래 놓인 정부」라고 조롱하기도 한다.유엔에 대한 협조는 무엇이든 질색이다.서방 선진7개국(G7)정상회담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등은 미국이 외국 주도의 「새 로운 세계질서」에 점차 굴복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민병대들은 또 미국 정부의 총기류 단속에 대해서도 강한 반감을 표시한다.특히 지난 94년 제정된 공격용 무기소지 금지법은이들에게 미국 정부가 전체주의로 회귀하고 있다는 신호와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들은 추적이나 침투가 불가능할 정도로 극히 작은 세포 조직으로 구성된 「지도자 없는 저항」 방식을 택하고 있어 수사가 어렵다.테러의 배후임이 밝혀져 이들에 대한 대대적단속이 시작된다 하더라도 중무장 단체와의 충돌이라는 걷잡을 수없는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문제 해결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박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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