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금주의초점>흔들리는 교육방송 무엇이 문제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GNP대비 5%의 교육예산을 확보하며…교육방송(EBS)의재정을 확충하고 운영의 독자성과 능률성을 보장하겠습니다,여러분.』 92년12월 14대 대선당시 김영삼 민주자유당 대통령후보는 교육부문 「공약」을 발표하며 열변을 토했고 운집한 유권자들로부터 열렬한 박수를 받아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96년7월.교육개혁과 신교육의 함성은 아직도 요란하게메아리치고 있지만 교육관련 개혁의 무풍지대가 여전히 잔존하고 있다. 교육방송(원장 박흥수)을 운영하는 교육부등 당국의 탁상행정과 관료들의 무사안일주의는 여전히 교육개혁의 사각지대로 남아있다는 얘기다.
위험수위를 넘긴 교육방송의 시급한 현안으로는 우선 교육부 산하 한국교육개발원의 부설기관으로 돼 있는 교육방송의 현 위상문제가 거론된다.80년 신군부가 과외금지령을 내리면서 KBS-3TV로 흡수 통합된 교육방송의 위상은 90년7월 방송구조 개편을 위한 방송법이 개정되면서 또 한차례 시련을 겪는다.
KBS에서 분리된 교육방송의 운영은 교육부가 맡고 제작은 한국교육개발원(KEDI)이,송출은 KBS에 맡겨진 것이다.이른바기형의 극치인 「3분할체제」가 이때부터 시작된 것.이같은 문제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당시 정원식 문교부장관 은 두고두고 원망을 들어야 했다.
어정쩡한 위상은 예산문제등 실질적인 문제점들을 속속 양산했다.96년 기준으로 정부출연금 2백32억원,공보처의 공익자금 50억원,자체수입 1백33억원으로 제대로 된 방송을 운영하기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자금난에 시달린 교육방송은 9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방송허가사항에도 없는 광고방송이라는 편법을 동원했지만 공보처의 제동으로 올해부터는 그마저 중단됐다.
여건이 열악해지자 유능한 제작인력이 유출돼 제작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통계에 따르면 93년 이후 37%의 인력이 EBS를떠났다.유출인력의 대부분은 교육방송에 활력을 줄수 있는 2~4년차 신진들이거나 근무경력 10년 전후의 베테랑 급이 대부분이었다.최근엔 민영방송인 SBS로 교양제작국의 유능한 PD 4명이 스카우트되기도 했다.급여수준이 SBS의 49%수준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세계화라는 대통령의 국정지표와 외국 대사관측의 강한 반발을 비웃기라도 하듯 교육방송이 올 9월부터 독일어.프랑스어 방송을중단키로 한 것도 열악한 제작여건을 반영하는 대목이다.
EBS노조는 『교육방송의 현실이 이 지경에 이르도록 교육부 당국자는 팔장만 끼고 수수방관했다』며 『더 이상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교육부에 교육방송을 맡길수 없다』고 비난했다.
공보처가 이미 수차례 의뢰한 연구결과도 「EBS를 살리는 길은 공사화」뿐이었지만 구체적인 대책은 나오지 못했다.지난해 7월 공보처는 교육개혁차원에서 교육방송의 위상을 재정립하겠다며 EBS의 KBS통합안을 담은 「선진방송5개년 계획 안」을 발표했으나 현상유지를 요구하는 교육부의 반발로 흐지부지됐다.
교육부는 대신 같은해 10월 ▶독자적인 정부출연기관▶KBS수신료 일정분 할애▶광고허용등을 담은 「한국교육방송원법안」을 마련했으나 이마저도 재정경제원.공보처.총무처등 부처간 이견으로 추진이 유보됐다.
교육부(교육정보기획과).공보처(방송행정과).재경원(예산과).
정보통신부(방송과).총무처(조직기획과)등의 부처이기주의.힘겨루기.눈치보기가 교육방송의 파행을 방조했다는 얘기다.
현재 교육부는 올 정기국회에 상정할 「한국교육방송원법안」을 새로 마련,부처간 협의를 진행중이다.그러나 미봉책인 「별도 법인화」만 있을 뿐 공사화등 현실적이고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예 빠져있다.
전문가들은 ▶공사화▶광고허용▶오전방송개시등 과감한 자율조치만이 교육방송을 살리고 교육을 살리는 길이라는데 하나같이 입을 모은다.
장세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