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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빈칼럼>종생부 파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현실을 너무 미세하게 들여다보다 그만 미궁(迷宮)에 빠져 나갈 길을 잃고 허둥대는게 요즘 종합생활기록부 파동이다.교육개혁처럼 이상을 담는 큰 틀은 멀리 내다보는 망원경으로 그리지만,종생부같은 구체적 현실제도는 현미경같은 엄격한 현 실검증을 거쳐 도입해야 한다.미리 망원경과 현미경을 동시에 동원해 현실과이상을 접목해야 하는데 그런 기회를 놓친게 교육개혁 작업이었다. 그러나 지금 와서 한탄한들 무슨 소용인가.11월이면 수능시험이고 특차대학은 12월까지 종생부 자료가 나와야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다.그런데도 학교현장에선 아직껏 1학기말 성적 산출도 못한채 전전긍긍하며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어쩔 것인가.
우선 두개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하나는 교육개혁을 위한 종생부도입의 근본취지는 물러설 수 없다는 원칙이다.또 하나는 이미대학이 97학년도 입시요강을 발표해 1백여대학이 석차백분율에 따라 종생부성적을 입시에 반영키로 결정했다는 점 이다.움직일 수 없는 두 원칙을 포기해선 교육이고,개혁이고 될 것이 없다.
두 기둥을 세우고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따지고 보면 문제의 발단은 학교현장이다.선의의 개혁안을 학교성적올리기에 악용하니 이런 악용사례를 막기 위해 총원별 등위석차백분율이니,공동석차제니 알쏭달쏭한 온갖 방안이 등장하는 것이다.교사의 기본수칙은 변별력과 난이도를 조정해 출제하고 평가하는 것이다.럭비공을 반쪽으로 쪼갠 것 처럼 상위와 하위는 좁고중간부분이 볼록해지는게 성적평가의 기본이다.교사는 우선 이 기본수칙에 따라 출제하고 평가하는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 한다.이를 어기고 악용하면 교사의 기본자 격이 없어진다.교육부는 이 점을 학교현장에 주지시키고 필요에 따라선 감독도 해야 한다.
그다음 망원경과 현미경을 동시에 사용해 균형감각을 살린 보완책을 제시해야 한다.종생부는 결코 파격적인 개혁안도 아니고 삼풍백화점 같은 엄청난 문제점이 드러날 것도 없다.개개인의 작은이해가 얽혀 문제를 너무 현미경으로만 보기 때문 에 실제 이상으로 확대.과장돼 있다.상위권 동점자와 중간성적의 불리한 등급처리문제,1백명 이하의 소수인원 학교가 당장 드러난 문제다.모두가 특별한 경우다.악의적인 고득점 양산은 어떤 제도로도 막을수 없다.이는 처벌의 대상이지 제 도로 봉쇄하기 어렵다.교사의권위.신뢰와 직결되는 것이다.이게 없다면 개혁이고,이상이고 더볼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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