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국민과 독자 여러분께 드립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저희는 지난 한주일여를 비통하고 참담한 심정속에서 보냈습니다. 앞뒤 사정이야 어떻든 지난 15일에 일어난 지방 지국판매원들의 치사상사건은 국민과 독자여러분께 큰 실망과 놀라움을 안겨드린 부끄럽고 죄송스럽기 그지없는 일이었습니다.
비록 조선일보 판매원들과의 다툼끝에 생긴 우발적인 일이긴 하나 그 책임이 중앙일보에 있다는 생각엔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그래서 사건직후 국민과 독자 여러분,그리고 피해자측에 심심한사과의 말씀을 이미 드린바 있습니다만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정중히 전하고자 합니다.
중앙일보는 이번 일을 철저한 반성의 거울로 삼아 신문업계의 그릇된 구습을 바로잡는 계기로 만들어나가고자 합니다.사건이후 몇몇 신문이 자성함은 없이 무리를 지어 중앙일보를 일방적으로 매도하면서 왜곡.과장및 덮어씌우기 보도를 자행하고 있음에도 저희가 침묵으로 일관해 왔던 것도 지금은 누구를 탓하거나 변명하기에 앞서 스스로 깊이 반성할 때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판촉물을 돌리고,무가지를 뿌리고,구독을 강권하지 않았던 신문사가 어디 있습니까.
지면의 질로써 경쟁하기보다는 언론외적인 힘으로 영역다툼을 벌이면서 그를 통해 세력을 확장하려는 행태는 일제 식민지시대때부터 있어온 한국신문계의 부끄러운 고질적 병폐입니다.
중앙일보는 바로 이런 그릇된 관행과 풍토에서 벗어나 정보의 질과 깊이로 승부하는 신문을 만들고자 과감한 개혁을 단행해 왔던 것입니다.
「제2창간」을 선언한 이후 지난 2년반동안 중앙일보는 섹션체제의 도입,한국 최초의 전자신문개발및 전면가로쓰기등 잇따른 과감한 개혁을 통해 한국언론계에 보편화돼 있는 일본식 신문제작 시스템에서 벗어났습니다.
또 내용면에서도 기자교육 강화.전문기자제 도입및 해외취재망과제휴사의 확충등을 통해 정보의 깊이와 다양성에서 다른 신문과 뚜렷한 질적 차별화를 이룩해 가고 있습니다.이는 여러 유수한 독자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입증된바 있습니다.
중앙일보는 이런 개혁의 맥락에서 앞으로 언론풍토 쇄신을 위한단계적인 조치들을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시행해나가겠습니다 중앙일보는 앞으로 「21세기 세계 초일류 신문」을 목표로 오직 지면의 질로 경쟁하고 승부할 것입니다.형식과 내용 모두에서 최고.
최선의 질을 유지함으로써 다른 신문과 뚜렷한 차별화를 꾀해 독자 여러분의 객관적 평가를 받겠습니다.
중앙일보는 신문기사의 책임과 윤리의식을 강화하는 조치들을 취해 나가겠습니다.
기자들의 취재 과정에서도 언론의 특권의식과 오만을 버리고 독자의 권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겸손한 자세를 견지하겠습니다.
또한 이번 일을 거듭 태어나는 계기로 삼아 지면의 질적 개혁에 이어 판매시장의 질서를 바로잡는 제2단계 개혁을 추진해 나가고자 합니다.
이제 신문계의 판매 행태와 전략도 바뀔때가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국민과 시대가 그것을 명령하고 있다고 믿습니다.중앙일보는 국민과 사회의 요구에 부응해 판매방식도 혁신함으로써 이 부문에서도 한국 언론의 개척자요,선두주자가 될 것입니다.
아울러 중앙일보는 이미 천명한바와 같이 삼성과의 분리를 예정대로 추진해 나갈 것임을 다시 한번 밝힙니다.
중앙일보는 이러한 개혁조치들을 시행해나가는 한편 그동안 저희신문에 대한 일부 신문들의 부당하고 왜곡된 보도의 진상을 밝혀독자 여러분의 오해를 풀어 드리겠습니다.
한국 사회와 언론의 변화를 선도하고자 하는 중앙일보의 개혁노력은 지속될 것입니다.계속 지켜봐 주시고 지도편달을 아끼지 말아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1996년 7월24일 임직원 일동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