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계 정응민선생 탄생100주년 국악 한마당잔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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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근대 판소리 계보의 한 획을 그었던「보성소리」의 창시자 송계(松溪) 정응민(鄭應珉.1896~1963)선생의 탄생 1백주년을 기념하는 국악제가 23~28일 매일 오후6시 전남보성군회천면 판소리공원에서 열린다.
사물놀이 한울림,임이조무용단,해오름 가야금병창단,판소리음악연구회 등 70여명의 중견 국악인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리는 이번국악제는 지난 22일 현지 주민들의 판소리 경연을 전야제로 막이 올랐다.
흔히 판소리가 동편제와 서편제로 분류되고 있지만 정응민 선생의 경우 심청가.수궁가.적벽가는 박유전.정재근 명창으로부터 서편제를,춘향전은 김찬업의 동편제를 계승했다.
따라서 보성소리는 동편제의 웅장함과 서편제의 섬세함을 합친 소리로 발전해왔다.
전남보성 출신인 정응민 선생은 대원군이 발탁,서울에서 주로 활동했던 판소리 명창 박유전을 따라 서울에서 배웠기 때문에 서울지역의 독특한 소리를 흡수해 「보성소리」를 완성했다.
학계에서는 보성소리의 개념이 정립되어 가고 있는 추세지만 일반적으로는 전승계보를 강산 박유전 명창으로 거슬러 올라가 그의호를 따 강산제로 통용되고 있다.
보성소리 1백년을 기념하는 이번 국악제는 정응민 선생의 생가터에 자리잡은 판소리공원과 율포해수욕장 특설무대에서 펼쳐지는 야외공연으로 꾸며진다.
현재 영동의 박연국악제,충주의 우륵국악제를 제외하면 국악의 명인을 기념해 지방에서 열리는 국악제는 찾아 보기 힘들다.
이번 국악제를 주최한 한국향토예술연구소(소장 정회천 전북대교수)는 『원래 지방에서 발생한 판소리 공연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악제가 최근 서울로 집중되면서 실내공연 위주로 진행돼 축제의원뜻을 못살리고 있다』며『올해 행사의 성과를 바 탕으로 내년부터「정응민 기념 국악제」를 매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축제에 참가한 국악인들도 개막 며칠전부터 현지에서 숙식을 함께 하면서 대화를 통해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즉흥성을 발휘,축제의 의미를 더해주고 있다.
또 모처럼 중견 국악인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만으로 큰 의미가 있다는 게 주최측의 설명.
보성군에서는 현재 「보성소리 전수관」을 건립중에 있으며 송계선생이 김연수.정광수.정권진.박춘성.조상현.성우향.성창순.안행년.오비연.조통달등 판소리 명창을 배출해낸 도강 마을을 「보성소리 문화마을」로 지정할 것을 검토중이며 송계 선생의 생가 복원에도 착수할 예정이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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