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주제를찾아서>이미지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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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아벨 강스는 『이미지의 시대가 왔다』고 선언한다.구태여 이런선언이 없더라도 현대사회에는 이미지들이 흘러넘치고 있다.한시간만 TV를 보더라도 일생동안 겪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이미지를 경험한다.
그것은 단지 양적인 차이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감각.지각.사고까지 바꿔놓는다.이미지들은 새로운 세계를 건설한다.마치 가상현실 게임에서 가상현실을 진짜로 체험하듯이 우리는 이미지의 새로운 현실속에서 현실감을 느낀다.
현대의 소비는 상품의 쓸모(사용가치)보다 이미지를 소비한다고할 수 있다.콜라를 마시며 청량감.젊음.개성을 마시고 산소같은화장품으로 얼굴에 산소를 바르고 침대에 누워 가구 아닌 과학과함께 잠자고 패션을 입으면서 아름다움.여성다 움.전통을 입는다. 드브레는 이미지의 세계에서는 보이는 것만이 현실이고 곧 진실이라고 말한다.현대 문명은 이처럼 가시성.현실성.진리를 동일시한다. 우리는 컴퓨터가 만든 이미지를 통해 아직 짓지도 않은건물에 들어가서 방문을 열어보고,수도를 틀어보기도 하고,전쟁 시뮬레이션으로 실제 폭격을 가하기도 한다.
나아가 정보과학 프로그램들은 정보를 도형적으로 처리하여 지능적 이미지까지 생산한다.여기에서는 이미지와 현실은 구별되지 않는다.이미지를 다루는 학문(볼딩은 아니코닉스,드브레는 이코놀로지,보드리야드는 시뮬라시옹으로 부른다)은 사물 자 체가 아니라사물이 인간에게 보여지는 순간에 신경체계에 들어오는 이미지(마음-그림)전체를 대상으로 삼는다.
사물과 구별되는 이미지는 단순히 사물을 모방하는 허상이 아니다.이미지는 그것 자체가 일정한 독립성을 갖고 현실을 특정한 형태로 구성하고 현실에서 볼 수 없는 것들까지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것은 포스트모던 철학,문화예술 비평등은 물론이고 영상매체,컴퓨터그래픽이나 시뮬레이션,패션과 디자인 이론,광고와 소비이론,경영컨설팅등 다양한 영역에서 폭넓게 이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이론적 접근으로는 경제사상가 K E 볼딩이 제시하는포스트 문명사회,보드리야드의 포스트모던 사회이론,드브레의 문화비판등을 들 수 있다.
이미지를 실제 사물에 앞세우는 이 관점은 현대 사회를 설명하는 중요한 틀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지가 현실을 대체한다고 과장할 수는 없다.
현실과 현실을 재료로 삼는 이미지는 한 현실의 두 얼굴이다.
이런 복합성을 인정할 때 인간에게 고유한 상상적 현실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
현실을 모조리 이미지로 보는 것은 현실의 복합성을 단순화한다. 이미지의 세계는 인간현실에 중요한 것이고 현실을 풍부하게 하기도 하고 빈곤하게 하기도 한다.신이 세계를 창조했다면 인간은 이미지의 세계를 창조한다.
그렇지만 이미지가 모든 것은 아니다.
양운덕 고려대강사.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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