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살배기에 영어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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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두세살배기 유아들의 영어조기(早期)교육이 열풍처럼 번지고 있다 한다.생후 석달된 갓난아기도 있고 한국에서 자란 아이가 「빨강」은 모르고 「레드」만 안다는 기막힌 일도 생겨난다(본지 18일자 22면 보도).특정지역에서 일어나는 기현 상일 수 있다.그러나 영어 교육붐을 타고 이런 바람이 전국화할 수 있다는생각을 하면 끔찍한 일이다.
정규 영어조기교육은 내년부터 초등학교 3학년부터 실시된다.국제화시대에 영어조기교육은 필수적이고 교육적 효과가 높다는 것은여러 언어학자들이 주장한 대로다.그러나 영어조기교육의 필요성이갓난아기에서 세살배기 유아에까지 이른다면 이는 정말 심각한 문제다.그 심각성이 일부지역의 기현상에 국한되지 않고 우리 학부모의 잘못된 교육열에 편승하면 보편화.전국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여기에 학습지 판매사가 가세하고 영재학원 등이 부채질하면이런 기현상은 당연한 추세처럼 번질 수도 있다.
매사엔 순서가 있고 과정이 있다.제나라 말도 모른채 영어를 가르쳐 어떤 교육효과를 얻을 것인가.제나라 말을 익히고 외국어를 배워야 언어장애가 일어나지 않는다는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유아기부터 영어를 가르쳐야 모국어처럼 구사할 것이라는 잘못된학부모 사고가 영어조기교육을 맹신케 한다.영어를 모국어처럼 말하는게 그렇게 자랑스런 일이 아니다.외국어는 외국어처럼 하는게당연한 이치고 그게 외국인에게 돋보일 수도 있 다.
또 많은 학부모들이 제자식은 영재라는 망상에 젖어있다.이래서영재교실에 자녀들을 보내 어려서부터 실험실습 교육을 강요한다.
세살배기 영어교육과 다를바 없다.유아는 유아답게,어린이는 어린이답게 자연스레 키우는게 가장 훌륭한 교육이라는 평범한 진리가통하지 않는다.잘못된 영재교육은 진짜 영재를 바보로 만들고 유아들의 정상적 성장도 왜곡할 위험이 있다.학부모의 교육열망을 무조건 잠재울 필요는 없다.그러나 잘못된 교육풍조를 장사속으로부채질하는 학원이나 학습지에 대 해선 단속을 게을리하지 않아야교육 기현상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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