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불량 분유’ 69개 제품으로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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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유아 사망을 야기한 불량 분유가 중국 전역에서 광범위하게 생산·유통된 사실이 중국 정부 조사 결과 공식 확인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국영 중국중앙방송(CC-TV)은 16일 “정부 조사 결과 22개 업체 69개 브랜드에서 공업용 원료인 멜라민 성분이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중국 최대 우유업체 중 하나로 품질이 좋은 것으로 인정돼 정부의 품질 검사까지 면제받아 온 네이멍구(內蒙古) 멍뉴(蒙牛)사의 분유에서도 멜라민이 검출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CC-TV는 “(공산품 품질을 감독하는) 국가질량검사총국이 전국 175개 분유 업체의 491개 제품에 샘플 조사를 실시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조사 결과 이미 1253명의 유아가 신장결석을 일으키고 이 중 2명이 숨져 큰 문제가 된 허베이(河北)성 스자좡(石家莊) 소재 싼루(三鹿)사의 분유뿐 아니라 상하이(上海)와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광둥(廣東)·후난(湖南)·헤이룽장(黑龍江) 등지에 소재한 업체들에서도 ㎏당 수십~수백㎎의 멜라민이 검출돼 저질 분유가 중국 전역에서 광범위하게 유통된 것으로 드러났다.

톈진(天津)의 경우 호주의 한 기업과 합작 투자한 분유 업체 제품도 문제가 됐다고 CC-TV는 전했다.

질량검사총국은 상무부·농업부 등 전국의 150개 품질검사 관련 기구를 총동원해 원유 채집 및 분유 제작 과정을 대대적으로 검사했다. 총국 관계자는 “인체에 유해한 분유를 생산한 업체들을 엄벌에 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싼루사의 경우 분유 15t이 이미 타이베이(臺北)를 비롯한 대만 10개 현으로 유통된 사실이 밝혀져 피해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싼루의 제품에서는 ㎏당 최대 2600㎎의 멜라민이 검출됐다.

사건 은폐 의혹도 제기됐다. 핼런 클라크 뉴질랜드 총리는 15일 “중국 (허베이성) 지방 관리들은 문제의 분유를 리콜하지 않고 사건을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안다”며 “뉴질랜드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뉴질랜드 최대 낙농회사인 프론테라는 싼루사 주식 43%를 보유하고 있다. 프론테라의 피에트 디 종 대변인은 15일 “싼루사에 여러 차례 강도 높은 압력을 가한 후에야 분유를 리콜시킬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국 위생부는 16일 “올림픽에 대한 악영향을 우려해 사건을 덮으려 했다는 일부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홍콩·베이징=최형규·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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