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 약혼녀 빼앗겨 소송 가정법원 정신적 피해 인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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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친구에게 약혼녀를 빼앗긴 20대 남자에게 정신적 고통의 대가로 5백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사업을 하는 沈모씨와 예비신부 金모씨가 양가 가족을 모셔놓고성대한 약혼식을 치른 것은 지난해 4월.결혼날짜를 9월로 잡고예식장과 신부의 웨딩드레스.식당까지 예약해놓은 상태였다.신랑 沈씨는 결혼예물로 줄 핸드백.가죽옷등도 장만해 놓고 있었다.
약혼식 나흘후 沈.金씨 커플이 약혼인사차 선배를 찾아가면서 연애시절 여러 차례 함께 어울렸던 沈씨의 오랜 친구 朴모씨와 동행한 것이 화근이었다.선배집에서 새벽까지 술을 마시며 흥겨운시간을 가진후 술탓이었는지 金.朴씨가 몰래 여관 으로 직행해 버렸던 것이다.
그후 朴씨에게 마음이 완전히 돌아선 金씨는 약혼자 沈씨에게 막무가내로 파혼을 요구했고 뒤늦게야 기막힌 사연을 알게 된 沈씨는 땅을 칠 수밖에 없었다.
졸지에 「사랑」과 「우정」을 모두 빼앗긴 沈씨는 약혼녀와 친구를 상대로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청구소송을 냈다.
사건을 맡은 서울가정법원 가사3단독 조용연(趙勇衍)판사는 부정행위를 하고 부당하게 약혼을 파기한 金씨에게는 위자료 지급책임이 있지만 朴씨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를 놓고 고민해야 했다. 동거하지 않은 약혼단계에서의 이같은 파혼에 대해서는 판례도 없었다.
결국 趙판사는 상식에 입각,『약혼녀를 빼앗은 사람이 절친한 친구였다는 점이 더욱 큰 고통을 주었을 것이므로 朴씨와 金씨는함께 沈씨에게 5백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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