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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칼텍스 “있는 그대로 알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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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우선 숨김없이 밝혀야 고객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최근 사상 최대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났을 때 GS칼텍스의 허동수 회장이 지시한 말이다. 이 같은 대처법으로 GS칼텍스는 1100만여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허점을 보였지만 바로 뒤따를 수 있는 엄청난 이미지 실추와 고객 피해를 막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회사의 강태화 홍보팀 차장은 15일 “상황 초기 단계에서부터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알리는 것이 최선의 수습책이라 판단하고 그대로 실천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GS칼텍스는 인터넷신문 기자가 4일 오후 데이터가 담긴 CD를 가져오면서부터 발 빠른 대처를 시작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그날 저녁 데이터가 GS칼텍스의 고객 명단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조사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작업이 20%쯤 진행된 5일 아침 경찰에 신고하고, 1차 보도자료를 뿌려 공개했다. 그날 오후 60∼70% 작업이 진행된 시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데이터베이스일 가능성이 크다”며 사과문을 발표했다. 곧이어 “98% 일치한다”는 보도자료를 내고 다음날 아침 주요 조간신문 1면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만약 이때 ‘분석이 100% 끝나기 전에는 고객정보와 일치하는지 여부를 알 수 없다’는 식으로 어물쩍 넘어가려 했다면 큰 화를 불렀을 것이란 지적이다. 회사 측은 또 고객센터를 주말에도 가동해 고객의 불편사항과 문의에 대응했다. 나완배 사장을 중심으로 임직원이 참여하는 비상대책팀을 구성, 개인 피해 방지 및 수습방안 마련에 신속히 움직이면서 고객 이탈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경찰 수사에도 적극 협조했다. 그 덕에 수사는 빠른 속도로 진전돼 착수 이틀 만인 7일 용의자를 가려내는 데 성공했다. 경찰 수사 결과 발표 직후에는 “데이터베이스 암호화를 10월 말까지 완성해 보안을 강화할 것”이라는 대책 발표를 했다.

GS칼텍스는 2004년 여름 파업 때도 똑같은 전략을 써 효과를 봤다. 당시 불법 파업이 이어지자 매일 벌어지는 상황을 대중에 그대로 알렸고, 결국 별 잡음 없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가인 중앙대 성민정(광고홍보학과) 교수는 “과거 비슷한 사건과 비교할 때 GS칼텍스는 신속하게 책임을 인정하고 상황을 적극 공개해 사태 확산을 막았다”고 설명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최근 이 같은 대처 방식을 벤치마킹하고 싶으니 자세한 과정을 알려 달라는 다른 기업들의 요구가 줄을 잇고 있다”고 덧붙였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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