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me] “불륜에 있어 진짜 예의는 안 들키는 것 아닐까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명문 의대를 나온 의사가 생선 장사를 하는 아내를 보면서 바람피울 생각을 단 한번이라도 하지 않는다면, 그게 진짜 말이 안 되는 거 아닐까요?”

SBS ‘조강지처클럽’의 문영남(48·사진) 작가를 11일 서울 63빌딩 별관에서 열린 종방연에서 만났다. 다음달 5일 104회 종방을 앞두고 있는 조강지처클럽은 ‘막장 드라마’라는 악평에도 불구하고 최고 시청률 34.8%(7월 27일)를 기록하는 등 높은 인기를 누렸다. ‘조강지처들이 버림받고 버림받은 남녀의 애정 관계가 꼬리에 꼬리는 무는 설정이 작위적’이라는 비판 속에서도 성인 시청자들의 꾸준한 지지를 받아 연장 방송되기도 했다. ‘욕하면서도 보게 되는, 묘한 중독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문 작가는 “내게 닥치는 불륜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욕하고 또 비난할 수 있겠지만, 객관적인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충분이 있을 법한 일을 다뤘기 때문”이라며 높은 시청률의 비결을 풀이했다. 문 작가의 작품에는 어김없이 ‘불륜’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한가인·송일국이라는 스타를 배출한 ‘애정의 조건’을 비롯해 ‘소문난 칠공주’ ‘장밋빛 인생’ 등에도 불륜 설정이 등장했다. 이번 ‘조강지처클럽’ 은 그중 압권이다.

문 작가는 “극 중 불륜의 맥락을 생각하지 않고 ‘불륜을 조장한다’고 비판하는 것은 단편적인 시각”이라며 “불륜을 논하기 전에 그 맥락을 파악해달라”고 주문했다. 의대 재학 당시 자신을 뒷바라지 한 부인 한복수(김혜선 분)를 매몰차게 내친 의사 이기적(이대규 분)의 행동에 대해 “당신이 기적이라면 한번이라도 불륜을 생각하지 않았겠느냐”고 묻기도 했다.

불륜을 드라마의 주 소재로 택하는 이유도 털어놨다. “불륜은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깨는 행위로, 상대방에게 주는 충격이 크고 또 용서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드라마 소재로 매력적”이라며 “상대에게 배신감을 안겨주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느냐의 여부”라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한심한(한진희 분)은 불륜에 대한 그의 생각을 여실히 보여주는 캐릭터다. 두 집 살림은 물론 혼외 자식을 본처에게 맡기기까지 한 한심한은 결국 아버지 대접도, 남편 대접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천덕꾸러기다. 그는 한심한을 통해 “불륜을 저지를 수는 있겠지만 인간으로서의 예의까지 저버린다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 주고 싶었다”며 “불륜은 안 들키는 것이 진짜 예의”라는 한심한의 극 중 대사를 인용하기도 했다.

차기작에 대해서는 “내년 중으로 장편 드라마를 새로 시작할 예정”이라고만 답했다. 장안에 회자되는 ‘조강지처 클럽2’에 대해서는 “이 멤버가 그대로 만난다면 2탄이든 무엇이든 다하고 싶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이현택 기자

▒ 중앙일보 라이프스타일 섹션 '레인보우' 홈 가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