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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금강산 국제그룹회장 박경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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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8년전에 지도원 하던 일꾼들이 이제는 과장.국장이 됐으니 저도 은퇴할 때가 된 것같은데 아직도 꼭 해야할 일이 조금은 남은 것같아요.』 정주영(鄭周永)현대그룹 명예회장.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의 방북,나고야(名古屋)~평양 직항로 개설,대북 쌀지원등 남북관계에서 굵직굵직한 일이 벌어질 때마다 신문지상을화려하게 수놓았던 박경윤(朴敬允.62.여)금강산국제그룹회장.1년 여의 침묵을 깨고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 응한 그는 한편으론「은퇴」를 거론하면서도 「민족적 사업」에 대한 「의욕」을 여전히 강하게 내비쳤다.
김일성(金日成)사망 2주기 추도식 참석차 북한을 방문하고 13일 중국에 온 朴씨를 중앙일보 김영희(金永熙)대기자가 14일베이징(北京)국무(國貿)호텔에서 만나 북한의 최근 정치.경제적상황,남북관계의 추이,통일문제등에 대해 얘기를 들었다.2시간 남짓 진행된 인터뷰에서 朴씨는 『한국내 반북세력의 입장도 이해는 하지만 이제 과거사는 잊고 한동포라는 차원에서 대북인식을 새롭게 했으면 한다』고 내내 강조했다.다음은 일문일답.
-탈북자가 많이 늘어나는등 현 김정일(金正日)체제의 안정성에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높아지고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저는 북한체제가 매우 안정적이고 앞으로도 충분히 생존할 수있다고 봅니다.서방세계에선 「북한이 안정적이다」는 얘기만 나오면 선전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는데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우선 대미(對美)관계등 대외관계가 풀려나가고 있습니다.또 흑연.마그네사이트등 각종 자원이 풍부합니다.북한은 공기와 물,그리고 경치만 팔아먹어도 충분히 버틸 수 있는 나라입니다.』 -김일성 사망으로 북한도 한세대에 종지부를 찍은 것으로 생각됩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권력핵심에 60,70대가 아직도 많이 포진하고 있는데 그 배경은 무엇입니까.
『다른 분야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경제쪽은 개혁마인드를 가진 젊은 세대로 진용이 이미 짜여져 있습니다.이성대 대외경제위원장.김정우 부위원장,김봉익 광명성총회사사장등이 모두 50대입니다.남쪽은 세대교체를 무 자르듯 단번에 하는 것같은 데 제가 볼때 북한은 뭐랄까…「예의바른 세대교체」를 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노혁명가를 잘 모시자」는 말도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김일성 주석이 차지했던 역할을 고려하면 「충성의 통합」이라는차원에서 김정일 비서가 일거에 세대교체를 단행할 수는 없는 것아닐까요.물론 이것이 좋은 것인지,나쁜 것인지는 후세가 판단하겠지만요.』 -김정일 비서가 나진.선봉지역에 있는 칠보산을 현지지도해 관광개발을 지시하는등 북한이 관광분야에서 전과는 다른차원에서 정책선회를 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금강산개발에 대해선 朴회장이 전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구체 적인 계획은 무엇입니까.
『나진.선봉은 김정우 부위원장이 전담하고 금강산쪽은 제가 담당하고 있습니다.현재 남한의 몇몇 기업과 상담을 진행중이나 한국정부가 허가할지 의문입니다.94년부터 본격적인 준비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금강산은 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사람 손이 타지 않은 지역」(Virgin Island)입니다.카지노까지 갖춘 종합 레저타운을 만든다는 것이 북한당국의 생각입니다.저는 홍콩 스타일을 생각했습니다만 북한사람들은 싱가포르 스타일을 선호 합니다.』 -카지노까지 들어설 경우 여러가지 부작용도 있을텐데 북한당국은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습니까.
『카지노가 있는 곳에서 생기는 부작용이라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북한에서는 매춘등의 부작용을 심각하게 검토했습니다.외국인용관광지를 만들면서 주요 수입원인 카지노를 세우지 않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사회주의국가에서 매춘을 용납할 수도 없는 문제여서고민이 심했을 겁니다.
결론은 북한당국자들이 매우 신축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는 겁니다.그러나 「공화국 여자는 절대로 안된다」는 철칙을 지키려 할겁니다.』 -최근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다고 들었는데 사실입니까. 『적지않은 기업들이 북한내의 적절한 상대를 만나지 못해 대북투자가 무산되는 경우를 허다하게 봐왔습니다.제가 설립할 회사는 대북투자의 전(全)과정,즉 투자계획에서 입국비자 취득까지 필요한 모든 과정을 돌봐주는 일종의 컨설팅회사입니다 .「아사히(朝日)네트워크」라는 이름을 붙일 예정인데 저렴한 비용으로 상담에 응할 계획입니다.인터네트 홈페이지도 곧 개설할 생각입니다.』 -통일교측과 합작을 한다고 들었는데 朴회장의 지분은 어느정도입니까.
『통일교와 북한이 각각 40%고 제가 20%정도라고 보시면 됩니다.통일교는 「세계평화연합」이라는 이름으로 북한에 투자하고있습니다.』 -북한이 달러를 벌기 위해 이런저런 애를 쓰는 것은 일단 바람직하다고 봅니다.그러나 이 과정에서 소위 「외부의사조(思潮)」가 들어와 체제유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때문에 북한당국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요 .
『당국자들에게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를 하고있습니다만 북한 당국자들이 그렇게 깜깜한 사람들은 아닙니다.북한이 그 문제를 정말 걱정한다면 저에게 금강산 개발같은 임무를맡기지도 않았겠죠.게다가 금강산개발은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기도합니다.물론 제가 전권을 갖고 있어도 사안별로는 당국의 허가를받아야 합니다.』 -한국기업의 참여문제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한국기업 참여 간절 『저희는 진정 한국기업이 파트너가 됐으면 합니다.대만이 북한과 관계개선에 나서고,홍콩이 중국에 귀속되는등 국제정세가 변하고 있습니다.한국정부가 기업의 투자를막는다면 우리는 다른 파트너를 찾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북한에 가면 고위당국자들을 만날텐데 이들의 한국정부에 대한 인식은 어떻습니까.북한은 한국을 제쳐놓고 미국하고만 상대하겠다는 식으로 나오고 있는데….
『통일기금을 확충한다느니,난민발생에 대비해 어떤 조치를 취한다느니…이런 기사가 남한 언론에 나올 때 북한당국자들은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흡수통일은 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이런 기사를 보면 그 말이 거짓말이 아니냐는 거죠.말 그대로 공존공영의 대안이 있다면 진지하게 얘기할수 있다는 겁니다.』 -김정일 비서를 세번 만난 것으로 알고 있는데,어떤 사람입니까.
『자란 과정을 살펴보면 이해가 되지 않겠어요.열정적이고 직설적인 성격입니다.개인적인 평가는 「제2인자를 오래할 수 있는 사람은 일단 현명한 사람」이라는 말로 대신하겠습니다.』 정리=안희창.김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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