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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대학서 열린 한국문학세미나-韓.칠레 문학교류 첫 물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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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칠레 수도 산티아고 거리는 한국자동차가 누비고 있다. 점유율23%. 자동차 뿐 아니라 한국 대기업들의 광고 네온사인이 산티아고의 밤을 수놓을 정도로 칠레 사람들은 한국 상품에 익숙해있다. 이런 칠레에 한국문학이 상륙했다. 한국과 칠레 문인들은지난 5일 문예진흥원.칠레한국대사관과 칠레문인협회.칠레대학 공동주관으로 칠레대학에서 한국문학 세미나를 열었다.
우경문화재단 후원으로 열린 이번 세미나에는 한국측에서 소설가김주영.김원우.신경숙씨,시인 황지우.김혜순.최승자씨,문학평론가김병익.박혜경씨,송재소(성균관대).김명자(숙명여대).고혜선(단국대)교수등 9명이 페루 리마 폰티피시아가톨릭대학에서 페루문인들과 양국 문학토론회를 마친 후 이곳에 왔다.
칠레측에서는 이네스 발렌주엘라 칠레문인협회장, 에두아르도 토마스 칠레문학과장, 질레모 고칠리 칠레대문학과 교수및 시인 에스테반 나바로. 테레사 칼데론.페르난도 킬로드란등 1백5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발렌주엘라 회장은 한국의 문단과 문학지원 제도에 깊은 관심을 나타내며 칠레 문단현황을 소개했다. 현재 유일한 문인 단체인 칠레문협에는 시인 8백명,소설가 5백명등 총1천3백여 문인이 회원으로 있다. 우리 같이 평론만 하는 평론가는 거의 없고 시인.소설가가 평론활동도 겸하고 있다.
칠레에 90년 문민정부가 들어서기까지 정부의 문인에 대한 지원은 전혀 없었다. 때문에 어용 시비가 없었다. 오히려 반정부문학활동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문민정부 출범후 당국은 칠레의 민주화를 선도한 문학에 지대한관심을 갖고 각종 문학상.창작교실등을 칠레문협이 독자적으로 운영할수 있도록 지원을 점차 늘려나가고 있다.
고칠리 교수는 칠레문학은 현실적 사실주의가 주된 흐름이라고 밝혔다. 남미문학 전반적 특징이랄수 있는 토착 인디오문화 전통의 주술성.환상성에다 현대 서구문학을 접목시킨 환상적 사실주의가 아니라 백인이 대부분인 칠레에서는 서구문학의 보편성.세계성에 사회주의를 위한 참여문학을 접목시킨 현실적 사실주의 경향이우세하다는 것.
그러나 문민정부 출범후 아직도 진정한 민주화,부의 재분배등 난제가 첩첩한데 칠레의 젊은 문인들은 사회와 현실로부터 등을 돌리고 개인적.내면적 세계만 탐구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고칠리는밝혔다.
한편 세미나에 참석한 칠레의 젊은 시인.작가들은 토론을 통해"이제 문학은 개개인의 인간성 탐구를 통해 신세대로서의 보편적인간성 발견과 세계적 우정을 지향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에대해 황지우씨는 "90년대들어 세계적으로 문학이 사회적 무관심을 넘어 사회적 니힐리즘으로 빠져드는 현상은 경계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산티아고=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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