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입맛맞춰 제조업체 생산방식 크게 개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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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다양해진 소비자의 「입맛」이 제조업체의 생산방식을 크게 바꿔나가고 있다.공급과잉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상당수 업체들이 다양한 소비자의 욕구를 반영한 개인용 상품을 만들어내느라 공장 생산라인을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개개인의 취향에 맞춘 다품종소량생산을 위해서는 주문을 생산으로 바로 연결시키는 전산시스템 부족 또는 생산단가 상승등 아직난점이 많은게 사실이나 가전업체에서 시작된 이같은 움직임은 자동차.의류등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가전(家電)=혼자 즐기는 개인용 수요가 늘어나 아예 개전(個電)이란 상품군이 새로 생겨날 정도다.삼성전자는 일류화상품모델로 3종의 독신자상품을 개발,「독신자용 상품」임을 표시해 곧출시할 예정이다.대우전자는 최근 소비자의 주문을 받아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 주는 주문형 냉장고를 생산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대우전자측은 이를 위해 광주공장의 2개 생산라인을 「조합식」생산방식으로 바꿀 방침이다.
종전에는 한 라인에서 1~2개 모델을 생산했지만 내년부터는 10 여개 모델을 만들고,장기적으로는 1백여개 모델을 생산하겠다는 것인데 소비자로부터 주문받아 15일안에 제작.공급한다는 목표다. 이에 앞서 LG전자는 지난해부터 다양한 개인고객 취향에 맞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가리봉동 오디오공장에 셀(세포)방식을,구미TV공장에 「뚝딱방식」을 각각 시험도입했다.대량생산을위한 컨베이어시스템을 과감히 버리고 한 사람의 작업자가 한 제품을 완전히 책임지는 일종의 주문형 생산방식인 셈이다.회사측은97년까지 1개 라인만 가동중인 이 방식을 구미TV공장 전라인으로 확대시킬 방침이다.
◇자동차=『배기량 1천8백㏄ 엔진,라디오는 빼고,실내장식은 3천㏄급』 이런 식의 자동차 주문은 국내에선 아직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같은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주문형 생산시스템 도입이 꾸준히 논의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도입을 검토했던 「프리옵션제」가 바로 그것.옵션을 소비자 마음대로 선택케 하고 이에 맞춰 생산하는 이방식은 아직 관리상 문제나 생산코스트 상승,제작시간 연장등의 어려움이 있어 일단 보류한 상태지만 여건만 되면 곧바로 시행에들어갈 계획이다.
또 미국 자동차업체들이나 일본의 도요타처럼 한 차종이면서도 몸체(보디)는 여러가지인 모델을 만들기 위한 다(多)브랜드용 생산시스템 도입도 적극 모색되고 있다.
◇주문형 신사복=가봉이 없는 이른바 「이지오더」생산방식이 대량생산해오던 신사복업계에 확산되고 있다.「벤첼로」상표로 다양한치수의 주문형 양복을 만드는 만산실업을 비롯,국내의 크고작은 10개 메이커가 보다 유연한 이 생산방식을 채택 하고 있다.업계는 이같은 주문형 신사복 시장규모가 올 추동시즌의 경우 6만벌 2백억원대에 이를 전망이며 내년에는 30%정도 신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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